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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후쿠시마 오염수’ 남북이 공동대처해야

등록 2021-05-10 15:18수정 2021-05-11 02:05

[왜냐면] 박한식 ㅣ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

지난달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상당한 우려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화한 것이다.

분명 잘못된 정책이고 즉각 철회되어야만 하는 결정이다. 특히 원자폭탄 투하와 피폭의 끔찍한 후과를 직접 경험했던 일본이 누구보다도 핵과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시민단체와 학생들 그리고 수산업 종사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을 규탄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방류 전에 여러번의 정화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경이 없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해양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원자력을 이용한 핵발전이 세계 전력의 1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핵원자로와 연관된 방사능 유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허용된다면 차후 이와 비슷한 사안이 생길 경우 국제사회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 또한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는 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방사성 오염을 이유로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후쿠시마와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과 지난달 세계 기후정상회의를 주도하는 등 친환경 정책 기조를 보였던 바이든 행정부가 방사성 물질이 전세계 바다로 확산되는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고 지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본과 공범이 되는 역할을 자초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일본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일본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환경 보호를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남북 공조를 통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해야 한다. 요즘 남북 간에 대화나 협조할 일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인데, 이번 사안을 남북 대화 재개와 공조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침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은 반인륜적 망동”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남북 공조가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한이 해양 오염에 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남북한 정부가 공조하여 일본의 행동을 규탄하고 방류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남북 공동의 권고안 또는 결의안을 만들어 한목소리로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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