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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공수처 수사 1호가 공교육 흔들기?

등록 2021-05-17 17:38수정 2021-05-18 02:07

[왜냐면]  이문수 ㅣ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원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을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를 근거로 입건하였다. 공수처는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이 없음에도 직권남용으로 입건하였다.

공수처는 2017년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더구나 공수처 설립 후 100일 동안 1천여건의 사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40% 이상이 검찰 관련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공수처 1호 사건은 당연히 검찰개혁과 관련한 사건이 유력하다고 짐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직무유기성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 규칙상 기소할 수도 없는데 정치인도 아닌 조 교육감이 엄청난 권력형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삼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사 특별채용 문제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고, 정치적 부담이 적고, 성과를 내기 쉬운 사건으로 특정한 듯하지만 이는 분명한 패착이다. 정치인도 아닌 교육감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셈이니 말이다. 공수처가 정치력을 발휘하여, 정치적 중립성도 공정성도 훼손하는 모양새다.

2018년에 특별채용된 교사들은 교육 양극화 해소와 특권 교육 폐지,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다 부당해고되어 강제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감사원과 공수처가 ‘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 ‘직권남용’으로 복직한 교사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 직권남용을 하는 쪽은 조 교육감이 아니라 공수처장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공수처는 자신들의 행위가 사회정의와 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을 두번, 세번 죽이는 처사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복구해주는 것이 정의와 공정을 지키는 일 아니겠는가.

사회정의와 공적 가치를 지키려다가 원치 않는 해고를 당한 교사들이 ‘공개경쟁’이라는 틀을 거쳐 복직하는 것이 정녕 공정함이라고 여긴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와 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설 사람이 없게 될 수도 있음을 공수처는 생각해보길 바란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서 보듯이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진전에 헌신하여온 진보학자이자 실천가이다. 이로 인해 유신시대에는 긴급조치로 투옥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공적 가치 실현과 학교 민주화에 앞장서다 해직된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서울교육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과 교육공무원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와 사기 저하를 안기고 있다. 공수처가 정의와 공정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도 흔들고 있다.

한마디로 공수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넣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공수처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조 교육감이 입장문에서 밝힌 바대로 교사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을 이해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공수처(公搜處)는 공수처(空手處)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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