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장희ㅣ창원대 법학과 교수
미래 사회는 이른바 데이터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경제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산업이란 경제적 가치로서의 데이터를 생산·거래·활용하는 신산업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지능정보사회가 더욱 발달하면서 새로운 산업 형태가 본격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데이터산업의 시장규모가 이미 16조8천억원에 달하였으며, 2025년에는 3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데이터를 미래 시대의 석유로 비유하기도 하며, 데이터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꼭 필요하다.
현재 데이터산업의 진흥에 관한 내용의 법률안 두 건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우려스러운 문제가 있다. 첫째, 데이터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가, 지원하는가? 물론 법률안에는 민간부문의 창의정신을 존중하고 시장 중심의 의사형성이 가능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는 있다. 하지만 법률안 전반을 보면 데이터산업을 국가가 주도한다는 인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며 이것은 일차적으로 민간의 경제주체가 스스로 계획하고 주도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과거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에 관한 경험을 구태여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헌법을 존중한다면 국가주도의 경제개발 방식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데이터산업의 진흥에서 꼭 필요한 정부의 역할은 바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이다. 아마도 데이터산업이 돈이 된다면 민간의 경제주체들은 앞다투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정부의 핵심 역할은 그런 분위기에 따라서 산업도로를 깔아주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데이터산업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무시되거나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터산업에 참여하는 대·중·소기업 사이, 기업과 개인들 사이에서 기본권 침해 상황에 대비하는 기본권 보호자의 역할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권은 바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이다. 하지만 지금의 법안들을 보면 데이터를 단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거래의 대상으로만 볼 뿐, 데이터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개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이란 법률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산업 진흥의 국가적 당위성이 거창하게 강조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나 사생활의 보호는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발목을 잡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만 치부되는 것 같다.
이 밖에도 데이터산업은 다양한 법적 문제를 내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데이터를 데이터산업 주체의 개인 자산으로 둔갑시킬 위험이라든지, 글로벌경제하에서 국내 공공데이터가 국외로 이전됨에 따른 기본권 침해의 문제처럼, 데이터산업을 진흥하는 것 이상으로 정부가 챙겨야 하는 기본권 보호의 과제는 다양하게 예상된다.
셋째,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된 디지털 시대가 정말로 장밋빛 미래일까? 이미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벗어나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플랫폼 등으로 요약되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각종 플랫폼경제에 종속되면서 사생활의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율성을 지배하는 사회, 과도한 네트워크로 인한 초연결사회의 문제처럼, 데이터산업의 고도화로 인한 사생활의 종말을 우리 스스로 초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데이터산업의 진흥에 치중된 현재의 법안보다는, 데이터산업과 기본권 보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도록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입장에서 데이터산업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