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권혜원ㅣ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
“어서 오세요.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택시기사님께서 인사를 건네시며 후한 평점과 리뷰를 당부하신다. 평점이 좋아야 배차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이와 같은 알고리즘 관리를 비판하며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유독 나한테만 콜을 내리지 않는 것인지, 음식점까지의 거리만 4㎞, 5㎞인 ‘똥콜’만 배치하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을 탓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의심해 배달 수락을 계속 거부하면 신의 심판을 받는데, 1주일 계정 정지나 영구 정지를 당한다”고 하였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종종 부당한 평점 테러와 알고리즘의 횡포에 의해 업무로부터 배제되거나 계정 정지를 당하지만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누구나 관리자들의 독단과 갑질, 부당한 업무 지시에 의해 노동권이 짓밟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직적 권한의 남용에 맞서 개별 노동자들이 항의하기는 힘들지만, 노동조합은 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세계에서도 부당한 작업 할당이나 업무배제 등의 알고리즘 갑질에 맞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단적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종속성이 강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부당한 노동통제에 맞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지 못하며 대부분 이해대변의 사각지대에 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플랫폼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비인격적이고 부당한 노동통제에 그치지 않는다. 크라우드플라워(CrowdFlower) 최고경영자는 디지털화로 인해 적시(just-in-time) 노동력 사용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을 10분간 고용했다가 10분 후 바로 해고할 수 있으며, 소량의 금액으로 잠시 고용했다가 필요가 사라지면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플랫폼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고용과 소득 모두에서 극도의 불안정성을 낳는 끔찍한 기술 디스토피아의 세계이다. 이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사회안전망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다. 또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들은 휴게권도 충분히 보장 안 되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산재보험 적용도 안 되어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하여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기 조직화와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스지(ESG) 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며 노동권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지원해야 함과 동시에 노사정 사회적 교섭과 협약을 추진하여 공정한 플랫폼 노동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4월29일 체결된 ‘경기도 플랫폼 노동 사회적 대화 협약’의 의의는 크다. 지방정부 최초로 노사정 3자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적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실로 공정한 배달산업 생태계 조성과 배달 종사자 사고 예방 및 사회안전망 강화, 배달산업 상생 지속가능성 모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는 공정한 플랫폼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경기도 음식배달업 사회적 협약 모델이 타 업종으로, 타 지자체로 계속 확산되어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권과 사회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노동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받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