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헌태ㅣ국립해양과학관 상임이사
몇년 전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공개되었을 때 전세계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충격 체감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이제는 뱃속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거북과 상어, 갈매기 사진이 수시로 등장하고, 이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사람들의 충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류의 관심이 무뎌지는 것과 반비례해서 해양환경 오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플라스틱이 가장 큰 문제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쓰레기의 70%를 차지한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넓이의 7배인 8만7천톤의 해양쓰레기 섬이 있다. 플라스틱은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450년이 걸리며, 앞으로 30년 뒤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인구비례로 보았을 때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많이 버리는 순위로 한손 안에 꼽힌다.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률은 20% 수준으로 유럽(50%)의 절반 이하로 아주 낮다.
유엔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를 선정했는데, 14번이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대양, 바다 및 해양자원 보존 및 지속가능한 이용’이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바다를 학대해서는 결코 안 되기에 나온 목표이다. 또 올해 1월부터는 ‘해양 10년’(Ocean Decade) 계획의 실행에 착수했는데, 해양오염의 해소,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과 회복, 해양과 기후연계 등이 핵심 과제이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기에 위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되어 실천해야 한다. 실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다의 보전을 위한 다양한 실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 텀블러 챌린지,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등 산발적인 캠페인이 있을 뿐이고 체계적인 실천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국립해양과학관은 올해 5월 들어 우리 국민들이 살면서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10가지를 선정하고 실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 실천사항은 거창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 바다를 위해서는 절체절명인 과제이다.
구체적으로는 △친환경 소비자가 되자 △비닐·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마스크 귀걸이는 잘라서 버리자 △플라스틱 재질의 캔 묶음은 잘라서 버리자 △바다에 들어갈 때 유기 자외선차단제 사용을 자제하자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자 △해안가에서 캠핑할 때 음식물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 △낚시할 때 납추와 화학성분 집어제를 사용하지 말자 △해양생물에게 과자 등 먹이를 주지 말자 △갯벌에 들어가고 나올 때는 한 줄로 걷자이다.
해양환경 오염은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우리 세대들은 물론 미래 세대들도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양환경 보전 액션플랜 10가지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