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고교학점제에 미래가 있는가

등록 2021-06-07 14:57수정 2021-06-08 02:06

[왜냐면]  김우환 ㅣ 괴산고등학교 교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글(2월25일치 ‘왜냐면’)에 이어, 5월8일치에 실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한겨레>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희망이 이어졌다. 반면 학교 현장에는 고교학점제를 우려하는 교사가 적지 않다. 고교학점제로 발생할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문제를 지적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은 전면적으로 하지 않고 필요할 때, 수시로 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학교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면개편을 넘어 고등학교 뿌리까지 흔드는 대개편을 하려 한다.

고교학점제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여러 산적한 교육 문제에 대한 진단과는 완전히 엉뚱한 해결책으로 교육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재정 교육감도 지적하였다시피 우리 사회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 교육과 이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등의 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직업 간 불평등,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임금의 과도한 차이 등 사회 문제로부터 기인한다. 직업·직종 간 차별과 차이를 줄여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하면서 엉뚱하게도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통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산업사회에 더 적합하고 충실한 기능적 인간을 양성하라고 한다.

<어른 없는 사회>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한 사회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유지되려면 다섯에 한명 정도는 빈 깡통과 유리 조각을 주워야 한다고 보았다. 다섯에 하나면 20%다. 그런데 지금 일본 사회는 그게 5%에 근접하는 ‘위험 수위’란다.(<한겨레> 2016년 11월11일치) 우리 사회는 몇 %일까? 학교에서는 공공의 가치를 가르치고 공공의 영역이 우선이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학교에서 공공성을 가르쳐야 하는 소중한 시간에 개인의 진로에만 전념하라고 한다.

‘정희진의 융합’(<한겨레> 5월11일치)에서 우리나라 “문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혹은 중간 이하라는 게 중론”이란다. 현장교사로서 실감한다. 앞으로 기후위기, 핵무기, 불평등, 신종 전염병, 자원 고갈 등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에 공감하기보다 자기의 앞가림을 먼저 하도록 정규 수업 시간을 편성하란다.

학생들에게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하고, 장래 진로와 연계해 교육을 받는 과목선택제는 누가 봐도 그럴듯하다. 학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성이 먼저인 기관이다. 적성과 흥미를 살려주는 교육은 방과후 교육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고교에서 방과후 교육 활동도 입시에 도움되는 과목으로 채워지고 있다. 무엇을 해도 입시로 귀결되는데, 대학입시를 확정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고교학점제가 정권 임기와 맞물려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공공성을 강화해야 사회가 행복해진다.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적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시장과 개인에게 맡겨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마다 선택을 달리하게 하고, 책임도 개인이 지도록 해서 사회를 해체시킨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각자도생, 자력구제 사회의 끝판왕이자,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생각과 같은 교육 정책이며, 사람이 먼저가 아닌 자본이 우선인 정책이다. 학생들을 작은 어항에 가두려 하지 말자. 어항이 클수록 물고기는 크게 자란다. 교육부 장관은 경제관료가 아니다. 남은 임기, 교육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학교 현장을 돌아보고 교육 문제 해결에 디딤돌을 놓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