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 전기가 통하고 개가 몸을 비틀며 울부짖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노련한 남자가 전기봉을 개의 입에 쑤셔 넣는다. 전기봉을 물고 입을 앙다문 개의 몸이 부르르부르르 떨린다. 장면은 ‘35초 후’로 건너뛴다. 모든 것이 끝났다. 철장 안에서 태어나 철장 안에서만 살았을 개는 그렇게 케이지를 벗어났다.
지난 5월 남양주 개물림 사망 사고 인근에 위치해 있는 불법개농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홍은전 ㅣ 작가·인권 동물권 기록활동가
다큐 <누렁이>를 보았다. 미국인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한국의 개 식용 산업을 조명한 이 다큐는 며칠 전 유튜브에 공개되어 12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개농장주, 육견협회 관계자, 영양학과 교수, 국회의원, 동물 운동가, 그리고 시민들의 솔직한 인터뷰가 담겼다. 개 식용은 한국의 전통문화이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잔인한 개 사육과 도살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오래된 논쟁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개를 먹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소, 돼지의 식용을 금지할 게 아니라면 개를 먹겠다는 사람 역시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이것은 음식에 관한 것, 그러니까 ‘소고기냐 개고기냐’ 하는 취향의 문제라고 여겼다. 다큐를 보고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알았다. 이것은 폭력에 관한 문제, 그러니까 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감독이 육견협회의 초청을 받아 도살장으로 가는 길에 카메라는 어두운 터널을 한참 동안 비춘다. 화면이 밝아지자 누렁이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리를 펼 수도 없을 만큼 좁은 철장 안에 납작 엎드려 있다. 바깥엔 방수 앞치마를 입은 남자 둘이 서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간을 올려다보는 개는 겁에 질려 있다. 그의 심장이 거칠게 뛰고 다리가 달달 떨리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일 정도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개는 알았고 나는 몰랐다. 남자 하나가 호스를 끌어와 개에게 물을 뿌리고 곧이어 다른 남자가 장대처럼 긴 막대를 철장 안으로 넣어 개의 입에 갖다 댄다. 지지직 전기가 통하고 개가 몸을 비틀며 울부짖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노련한 남자가 전기봉을 개의 입에 쑤셔 넣는다. 전기봉을 물고 입을 앙다문 개의 몸이 부르르부르르 떨린다. 장면은 ‘35초 후’로 건너뛴다. 모든 것이 끝났다. 철장 안에서 태어나 철장 안에서만 살았을 개는 그렇게 케이지를 벗어났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영화는 다음 장면인 보신탕 거리의 시위로 넘어갔지만 나는 방금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느라 한참 동안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도살은 특별히 비장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아주 짧아서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보고 말았다. 게다가 그것은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 육견협회 관계자들에 의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시연된 것이었다. 물에 젖은 개가 감전의 고통으로 온몸을 떨 때 관계자는 웃으며 설명했다. “고통 없이, 고통 없이 (죽는 거예요).”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그 말이 계속 생각났다. 내가 본 것이 바로 ‘개죽음’임을 그제야 알았다. “무얼 먹을지는 자유 아닌가?” 내 무심한 말이 겁에 질린 개의 입에 전기봉을 쑤셔 넣었다. 무언가 잘못 살아왔다는 기분에 휩싸였고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도서관에 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읽었다. 소설가 하재영이 번식장, 경매장, 개농장, 도살장을 취재해 쓴 한국 개 산업에 관한 르포였다. 참혹한 현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어떤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옐로우 독’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어떤 개가 도살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서른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었다. 두 남자에게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에서도 개는 살아날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허공에 목이 매달린다. 축 늘어진 개의 눈엔 고단하고 슬픈 눈물이 고여 있다. 이번에도 나는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현장을 지켜보았다는 비현실적 기분에 휩싸여 멍해진 상태였는데 마지막 사진에서 머리를 세게 얻어맞고 현실로 돌아왔다. 도살장 구석에 또 다른 개가 철창에 갇힌 채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날 밤에도 나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개가 허공에 매달려 있고 다음이 자기 차례인 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동물해방물결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가 개도살 금지 캠페인에 서명했다. 이지연 대표는 개도살 금지가 단순히 개를 먹지 말자는 차원이 아니라 폭력적인 공장식 축산과 싸우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개 식용 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다. 오직 먹기 위해 개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개농장이 3천여곳 있고 매년 100만 개들이 도살된다. 평생 좁은 케이지에 갇혀 제 똥오줌 위를 벗어날 수 없는 개들은 인간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간다. 이토록 잔혹한 착취를 통해 인간이 얻는 수입은 연간 2800억~5600억원이다. 가장 억압받는 자들에게 가장 무참한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