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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바우처’ 슬기로운 사용법

등록 2021-06-29 18:20수정 2021-06-30 02:35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지난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미디어바우처’ 법안인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았다. “언론 생태계가 변한 만큼 종이신문에 국한된 에이비시(ABC)협회 부수 공사로는 언론의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고, 이들의 발행부수 조작 사건으로 언론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폐해가 큰 에이비시협회 부수 공사 대신, 미디어바우처 제도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에이비시 부수 공사의 폐해는 충분히 공감한다. 미디어바우처 제도도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고전하고 있는 언론에 새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바우처를 ‘영향력 있는 언론 평가 지표’로 활용하려는 취지엔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가뜩이나 포털의 기사 조회수 올리기와 댓글, ‘좋아요’ 등 인기투표식 버튼으로 여론이 좌지우지되는 디지털 뉴스 형식의 문제가 크다. 미디어바우처를 영향력 평가제도로 활용할 경우 에이비시 부수 공사와 유사한 폐단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무엇보다 언론의 영향력은 측정이 어려운 개념이다.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제대로 도입되려면 그 취지가 명료하고 타당해야 한다. 세금이라는 공적 자금을 언론에 제공하는 이유는, 미디어가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유권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공적 영역인 정부와 권력 주체가 책임을 지도록 촉구하니까.

미디어바우처는 미국 시카고대 조지 스티글러 센터의 ‘스티글러 위원회 디지털 플랫폼 보고서’(2019)에서 제안한, 디지털 플랫폼 시대 저널리즘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들은 미디어바우처가 필요한 이유를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뉴스 붕괴에서 찾았다. 디지털 플랫폼은 첫째, 플랫폼 복점(duopoly) 성격의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기사 공유로 원천 뉴스 콘텐츠의 가치와 인센티브를 감소시켰다. 여기저기서 베껴 쓴 약탈적 콘텐츠는 계속 재생산되는 반면, 공들여 쓴 뉴스는 빨리 사라지는 이유는 기사의 질보다 기사의 양과 업로드 속도가 돈을 벌기 때문이다. 둘째, 예측 불가의 불투명한 플랫폼 알고리즘에 필터링당하면서 뉴스 콘텐츠 생산자는 통제력을 잃었다. 언론사 주 수입원이던 광고도 플랫폼의 브라우징 행동, 소비자 타기팅으로 측정되면서 광고주와 언론사가 합의했던 뉴스 고객의 일관성이 사라졌다. 셋째, 뉴스 소비 과정에서 독자는 필터링과 블로킹에 의해 뉴스 콘텐츠 제공을 조정받는다. 과거 신문 편집자가 중요 기사로 묶었던 뉴스 배열이 알고리즘 묶음으로 제공되면서 독자는 원자화되고 큐레이션된 뉴스를 선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책임도 붕괴했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본능적이고 전파력이 강한 말초적 콘텐츠를 우선하도록 강요하면 언론사는 속수무책으로 그런 기사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정책과 제도, 공적 정보의 사실 보도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정부광고법’에 근거한 까닭도 미디어가 공공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민주주의 사회에 기여하는 개별 독립 저널리즘과 지역 언론을 보호하고 정부, 광고주, 대기업 등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목적이어야 하지, 언론의 영향력 평가 지표로 활용되어선 안 될 일이다.

최선영ㅣ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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