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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군 성폭력 해결의 올바른 자세

등록 2021-07-01 16:01수정 2021-07-02 02:36

[기고] 나임윤경ㅣ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내일도 일어날 것이 분명한 한국 사회 성범죄에 대한 해결은 ‘여성 피해자, 남성 가해자 구도’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화력 최강’ 세력들에 의해 그 방향을 잃고 있다. 피해자 절대다수가 여성이며, 가해자 절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사실마저 부정하는 반성찰의 정치에 여론과 정치권이 호응하며 효능감을 실음으로써 힘겹게 일군 한국 사회의 손톱만 한 젠더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 그사이 여성 군인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고, 군 조직이 즉각적인 개입에 뜸 들이는 동안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으나, 국방부의 수사 의지가 느껴지지 않자 유가족은 국회에 국정조사를 주문했다. 그 ‘화력 최강’ 세력들은 안전과 평등에 관한 여성들의 요구에 권리 이전에 의무를 다하라며, “억울하면 군대에 다녀와라”는 조롱과 어깃장으로 논점을 흐려왔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군에 자원한 여성들은 성폭력과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워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용감한 군인으로서 국방에 매진하고자 했던 그녀의 숭고한 꿈과 의지는 상사의 성적 괴롭힘과 군 조직의 가해자 엄호로 억울하게 또 좌절되었다.

전후 70여년간 지속되어온 남북 대치 국면은 국민들이 천문학적 수치의 국방예산을 기꺼이 부담해온 배경이다. 모든 국민이 더 나은 교육, 더 좋은 의료, 더 향상된 안전 등 좀더 인간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돈이 국방비로 지출되는 것을 오랫동안 이해하고 인내해온 것이다. 그러므로 개별 군인들에 대한 빈번한 인권침해는 구성원들의 오랜 양보와 희생에 대한 노골적인 배신이다. 따라서 군내 성폭력은 일반 성폭력과는 달리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징계와 피해 회복이 곧 정의로 연결되지 않는다. 군내 모든 인권침해처럼 성폭력은 피해 군인과 피해 군인을 도운 동료 군인들의 사기 저하와, 국방과 무관한 일로 가해자를 비호해야 하는 군인들의 전투력을 낭비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군 46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부른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해군 2함대는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는 결기로 부대의 사기를 진작해왔다.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더 나은 삶 대신 선택한 전투력 그 자체이므로 군인 한명에게라도 하는 욕설, 폭력, 성폭력은 곧 “전우를 건드리는” 것이며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엄연한 도발이자, 적에게 이로운 이적행위이다. 이러한 이유로 군내 모든 가해와 피해 사실에 대한 은폐, 2차 가해, 가해자 보호 등에 가담하는 이들이야말로 군의 사기와 전투력 저하를 유발한 자들로서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것이 군의 ‘특수성’에 따른 정의로움이다.

징집 문제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이른바 ‘젠더 갈등’으로 몰고 온 뜨거운 감자다. 군필 남성에 대한 가산점 위헌판결과 함께 민주적 군 제도에 관한 여론 형성을 기대했지만, 여성도 징집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여성·남성 대립 양상이 보이자 인권 중심의 군 제도 도입에 골몰해야 할 정치인들은 의무를 망각한 채 지난 재보궐선거의 패인으로 젠더 갈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한국의 군대 문제는 평화통일을 염원해온 국민들의 오랜 희생과 헌신을 조롱하듯 폭력으로, 각종 군납 비리로, 성폭력으로 그리고 범법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엄호로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저하시켜온 군 당국의 ‘습관적 이적행위’에 있다. 공군에서 벌어진 이번 성추행 사건 역시 인권침해와 더불어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린 이적행위이다. 그러니 국방부는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는 결기 그대로 군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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