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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보편적 가치란 무엇인가

등록 2021-07-04 17:09수정 2021-07-05 11:49

[세계의 창]

야마구치 지로|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공산당 일당 지배와 대외 팽창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서방 국가들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공정한 선거, 언론 자유, 복수 정당 제도가 오랜 세월 계속되어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것에 이론은 없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웨이우얼)에서의 인권탄압과 미얀마의 가혹한 군정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국제 여론을 강화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자유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일본 국내의 여러 문제를 보면, 세계를 향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소중히 한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도 느낀다.

대표적으로 여성 권리가 불충분하다. 적어도 30년 전부터 일본은 남녀가 대등하게 일하는 사회로 이행했다. 그러나 여성은 육아·가사 등 가정에서의 일을 중심적으로 담당하는 종래의 구조가 온존한 채로, 새롭게 직업에서도 노력하도록 요구받게 되었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적 지원은 빈약하다. 또한 결혼한 뒤에도 여성이 결혼 전 성을 유지하는 것을 인정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남성에게는 당연한 일이 여성에게는 차별적·억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남성이 적어도 입법부에서는 아직 소수파라는 것을 통감한다.

최근에는 성소수자(LGBT)의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엘지비티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안 심의도 이뤄졌지만 무산됐다.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도, 이 차별금지법도 자민당 내 보수적 정치가가 ‘이런 종류의 인권존중 정책은 일본의 전통적 가족제도를 파괴한다’는 핑계로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황당무계하다. 일반 시민이 성을 갖게 된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19세기 후반이다. 동성 제도는 전통과는 관계가 없다. 이성애와 동성애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현대사회 인권의 표준이며 인권존중을 세계에 대해 선언한다면, 일본 내에서 엘지비티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일본 집권 정당은 자유민주당이지만 이 당은 이름에 반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인권과 관련해서는 재일코리안에 대한 민족차별에 관해서도 언급해야만 한다. 내 세미나 학생 중에 재일코리안 젊은이가 있어서 이전에 그의 권유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일한국인·조선인의 고투에 가득 찬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일본의 패전이 늦어져 소련의 참전을 초래해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됐다. 일본에 있던 코리안 중에는 귀국할 수 없어서 일본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나왔다. 또한 재일코리안도 남북으로 분열돼 한국으로 귀속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서도 민주화 투쟁에 참여해 귀국했다가 체포·투옥당하는 사람도 나왔다. 동서냉전 권력정치 중에 한반도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조선인은 가장 희생을 강요당한 국민이다. 이런 불행에 일본인이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겠지만, 일본이 식민지 지배 사후처리에 실패한 결과이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고교 무상화에서 배제된 조선학교 학생들이 제도 적용을 요구하며 문부과학성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17~18살 젊은이는 더 재미있는 것을 할 권리가 있다.

일본은 인권과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여야만 한다. 그러나 일부 독재국가를 비난한다고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리 없다. 항상 자신의 발밑을 보고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억압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보편적 가치의 실현이다. 곧 열릴 중의원 선거도 그런 정치 이념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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