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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대선 후보들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

등록 2021-07-05 17:59수정 2021-07-06 10:14

김회승 ㅣ 경제에디터

대선전이 본격 시작됐다. 여당 후보들은 경선 무대에 올랐고, 야당 후보들은 힘자랑으로 몸을 풀고 있다. 여당 경선의 첫 쟁점은 기본소득이다.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이재명 후보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말 바꾸기란 비판을 듣고 있지만, 잘한 일이다. 기본소득은 시급한 당면 과제가 아니다. 최저임금 올리고 종부세 걷는 것 갖고도 나라가 몇년째 시끌시끌한 터다. 하물며 기본소득은 조세와 복지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국민적 합의와 수용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개념부터 찬찬히 논의해야 할 의제를 불쑥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시작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여야 후보들은 여러차례 공개적인 검증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점수를 매길 것이다.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겠지만, 꼭 듣고 싶은 몇가지가 있다. 한명의 유권자로서.

2017년부터 기업 정년이 60살로 연장됐다. 불과 5년째인데 65살로 더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가파른 출산율 하락과 인구감소, 고령화 문제에 봉착해 있다. 경제 성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은퇴 후 생계가 불가능한 이들은, 계속 일을 하게 해주든가, 아니면 정부가 먹여 살려야 한다. 다른 한편엔 자산과 연금이 두둑한 은퇴자들이 있다. 이들은 재산을 더 불리고 대물림하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이제 유권자의 절반이 노인인 나라다. 노인 유권자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 잘사는 이들은 어떤 형태의 증세도 마뜩잖을 것이고, 가난한 이는 더 많은 일자리와 안전망을 요구할 것이다. 30대 야당 대표 한명 나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미래세대와의 갈등은 더 잦아질 것이다. 한 나라의 자원 배분은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조세와 예산 문제다. 어떻게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쓸 것인지, 후보들의 계획이 궁금하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을 30분 만에 관통하는 지하 고속철 시대가 곧 열린다. 지티엑스(GTX)는 세계 어느 도시도 선뜻 하지 못한 일이다. 런던과 파리 정도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다. 수도권 인구가 직주근접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결정한 대공사다. 이를 위해 100조원 넘는 재정이 투입된다. 지티엑스는 지방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더 강력히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부를 공산이 크다. 머잖아 경기도 파주 주민이 슬리퍼 신고 강남 스타벅스 가는 게 일상이 될 수 있다. 수도권 진입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고, 지티엑스 노선을 따라 줄줄이 더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서울 도심과 강남은 더 붐빌 것이다. 지금도 전 국토의 12% 남짓한 공간에 국민 절반이 모여 산다. 과연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 수 있을까. 지방 소멸은 더 빨라질 것이다. 현재 전국 면 단위 지역 중 병원이 없는 곳이 76%다. 슈퍼마켓 하나 없는 곳도 45%나 된다. 학교는 어떤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중이다. 말로는 지역균형을 외치면서 온갖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한 당연한 결과다. 후보들의 해법이 궁금하다.

산업에서는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들의 생태계는 전통적인 제조·서비스업과는 많이 다르다. 플랫폼 자체가 상품이자 경쟁력인 탓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는 게 핵심 목표다. 애플·아마존·구글에서 보듯,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면 본격적으로 돈 버는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독점적인 플랫폼을 활용해 시가총액 2·3위를 다투는 거대 기업이 됐다. 지금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싼값에 당일 배송을 하지만, 이들이 언제 가격표를 변경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빅테크·플랫폼 기업에 디지털세를 물리고 최저법인세율을 도입하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는 마당인데, 우리는 아직 플랫폼 기업과 생태계를 규율할 기본법조차 없는 상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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