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의 일산호수공원 입구에 이른 아침이면 작은 장터가 열린다. 농부 아낙네들이 펼친 좌판에는 근처 들녘에서 거둬들인 머위와 고춧잎, 고들빼기, 감자, 양파, 고추, 완두콩, 양배추, 상추, 파, 호박, 깻잎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먹거리들은 자연의 색을 닮아 내 눈과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진다. 호박은 찬란한 햇빛을 머금고 자라서인지 참기름을 바른 듯 반들거린다. 자연의 일부인 저들과 나는 겉모양은 달라도 깊숙한 유전자들이 닮아서 내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도 서로 밀쳐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보니 풍성한 차례상 같아 동네 어귀 귀신들도 편히 맴돌다 갈 것 같다. 뿌리에 묻어 있는 진한 흙냄새에 나는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