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변호사협회에 없는 몇가지

등록 2021-07-15 14:32수정 2021-07-16 02:35

[기고]

양필구 |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

얼마 전, 한 지방변호사회에서 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 교체되었다. 무보수에 임기는 자동연장이 되는 봉사직이었다. 해당 위원은 덕망이 높아 당장 협회장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분이셨지만 일방통보로 해촉되었다.

그분이 그러한 통보를 받기 며칠 전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되어야 하며 ‘오탈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에스엔에스(SNS)에 한 것이나 조사위원 선발공고를 본 변호사가 없다는 것은 ‘우연’일 것이다. 협회의 임원들이, 자신들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변호사를 했을, 존경받아 마땅한 ‘선배님’을 대하는 태도에는 최소한의 예(禮, 예도)도 없다.

그들의 몰염치함은 지치지 않는다. 10년 전 로스쿨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쟁취하기 위하여 총궐기를 했었다. 서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 공급량 증대, 기득권의 포기라는 대의를 위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기에 참여했던 로스쿨 출신 각 변호사협회의 임원들은 자신들은 그때 총궐기를 주도한 학생회가 아니며 자신은 그때 총궐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이 옹색함에는 동료들 그리고 스승에 대한 의(義, 의로움)가 없다.

더하여 그들은 멈춤도 없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수를 줄이기 위해 사회를 협박하는 방법으로 실무수습 인원을 제한하려 했었다. 당연히 사회 각계에서 비판이 줄을 이었고 협회는 마지못해 계획을 철회하였다. 상황이 이러면 반성을 해야 하지만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우리가 너희 목줄을 쥐고 흔들어서 법무부에서 실무수습 자리를 늘려준 것이다’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행태에 과연 인(仁, 어짊)은 있는 것인가.

하지만 가장 개탄스러운 것은 그들에게 지(智, 지혜)가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협회는 우리나라 법조 인력 양성은 일본을 모범 삼아야 하며, 우리는 일본의 사례에 비추면 매해 1천명만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매해 법무부에 제출하고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일본 법률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60%에 불과하여 일본을 모범 삼으면 우리나라는 한해 2500명을 선발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에 협회는 일본의 법률시장이 약 12조원, 우리나라는 약 7조5천억원 정도로 파악된 신문기사의 내용을 인용한 수정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였다.

이런 법률시장 규모의 추정치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리걸테크(기술 등이 결합된 법률서비스)에 있다. 우리나라는 리걸테크가 불법이어서 관련 시장이 생성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리걸테크가 합법이어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리걸테크에 대하여, 협회는 평소에는 불법이라 주장하다가 막상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하는 내로남불식 무지(無智)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8월4일까지 로톡(법률서비스 상품)을 탈퇴하지 않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통해 내로남불 및 무지의 정점에 이르고 있다.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는 방법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협회의 이런 행태에는 적정선(인의예지)이 없다. 그들에게는 지금까지처럼 ‘급한 다른 사법개혁(법원·검찰)을 먼저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너무 심하다, 좀 천천히 가자’라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및 법률서비스의 보편화를 뒤로 미루는 주장이 통용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인 지금을 보라. 사적 탐욕의 실현을 묵인받은 협회는 로톡 등으로 대표되는 리걸테크도 파멸시켜 자신들의 사익을 지키려 하고 있다. 이는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높이고, 그 피해는 서민들이 받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득권 집단들의 이런 횡포를 언제까지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미얀마 군부 쿠데타 3년…사망자 5만명, 끝없는 비극 1.

미얀마 군부 쿠데타 3년…사망자 5만명, 끝없는 비극

총선 참패에도 ‘도로 친윤’ 원내대표설, 반성 없는 여권 [사설] 2.

총선 참패에도 ‘도로 친윤’ 원내대표설, 반성 없는 여권 [사설]

[사설] 2년 만에 성사된 윤-이 회담, ‘민심’ 받들고 ‘민생’ 위한 ‘협치’ 첫걸음 돼야 3.

[사설] 2년 만에 성사된 윤-이 회담, ‘민심’ 받들고 ‘민생’ 위한 ‘협치’ 첫걸음 돼야

5평 토굴의 스님 “편하다, 불편 오래되니 ‘불’ 자가 떨어져 버렸다” 4.

5평 토굴의 스님 “편하다, 불편 오래되니 ‘불’ 자가 떨어져 버렸다”

나는 시골 ‘보따리상 의사’…평범한 의사가 여기까지 오려면 5.

나는 시골 ‘보따리상 의사’…평범한 의사가 여기까지 오려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