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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윤석열의 정치, 파국과 반전 사이 / 손원제

등록 2021-07-20 17:33수정 2021-07-21 02:06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원제 논설위원
손원제 논설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완만한 하향 추세다.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 이후 이뤄진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체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여권 주자와의 가상대결에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밀리는 결과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도 오차범위 내로 바짝 붙은 결과들이 나온다.

여러 지표와 분석을 보면, 지지층 이탈은 중도·진보층, 호남, 여성, 2030에서 뚜렷하다. 이유는 두가지로 수렴된다.

먼저 ‘비전 부재’다. 출마 선언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 먹이사슬, 약탈, 독재 등 날 선 언어들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때리는 데 전력했다. 어떤 나라와 정부를 만들 것인지는 오리무중이었다. 더 큰 문제는 비전의 빈곤이 메시지의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지지율 하향을 초래한 1차 요인이다.

정권을 향한 증오와 적대의 표출에 ‘반문 강경보수층’은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등을 돌린 중도·진보층은 ‘깜놀’하지 않았을까. ‘집값 폭등’ 같은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 고개를 저을지언정 ‘독재·약탈’ 규정에 동의할 중도·진보층이 얼마나 되겠나. 오히려 그런 공격적 언사에서 윤석열식 정권교체가 몰고 올 ‘보복의 피비린내’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경 반문’이야 ‘신적폐청산’ 푸닥거리를 간절하게 기원할 것이다. 그래야 빈자리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중도·진보 지지층도 동일한 강도의 복수심에 불타오를 리 만무하다. 갈등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보수층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중도·진보층의 이탈이 두드러진 이유라고 본다.

또 하나는 가족과 본인의 도덕성 이슈다. 여기서도 도덕성 의혹 그 자체 못지않게, 태도와 메시지의 문제가 크다.

장모의 ‘요양병원 사기’는 국고나 다름없는 건강보험 재정을 편취해 사리사욕을 채운 사건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처음에는 “내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 준 것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이 말을 잘못 전했다며 “윤 전 총장은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장모 사건이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라고 대리 해명했다. 그러나 장모의 혐의가 공공재정을 ‘약탈’한 것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더 말이 안 된다. ‘국고를 털어도 동업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로 들리는 주장을 하면서 국정을 책임지겠다면 누가 신뢰하겠나.

장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에도 윤 전 총장은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한마디로 퉁치는 데 그쳤다.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에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술적인 판단을 해서 진행이 되지 않겠나”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반복했다.

윤 전 총장 본인의 의혹 또한 불거지고 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세가지 의혹이 제기된다. 같이 공짜 골프를 했나, 검찰 수사 무마에 힘을 썼나, 변호사를 소개했나 등이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가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윤 전 서장의 증언 영상을 <뉴스타파>가 19일 공개했다.

여러 의혹이 짙어질수록 윤 전 총장이 내세우는 ‘공정과 법치’에 대한 지지층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 정권에서 이런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돌아선 중도·진보층으로선 윤 전 총장 또한 다를 바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수록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지지율 그 자체에 있다. 여전히 ‘반문 보수층’은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 말고는 정권교체의 기대를 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윤 전 총장으로선 지금 지지율이나마 유지해야만, 조기에 퇴장당하지 않고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자면 ‘강성 반문’에 맞춤한 행보를 지속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중도·진보층의 이탈이 가팔라질 수 있다.

지지층과 윤 전 총장이 꼬리를 물고 물린 채 완만한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형국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 반전이냐, 파국이냐 갈림길이 멀지 않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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