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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노무현의 ‘강중국’, 실현된 것과 미완인 것 / 손원제

등록 2021-08-17 16:05수정 2021-08-18 02:38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손원제 논설위원
손원제 논설위원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광복절인 15일 국내로 봉환됐다. 지난 7월2일엔 유엔무역개발회의(운크타드, 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앞서 6월11~13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엔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최근 한달 간격으로 잇달아 일어난 이 세가지 일은 각각 동북아시아의 한 신생 독립국이 광복 이후 76년에 걸쳐 이룬 올돌한 성취를 돌아보게 한다.

홍 장군의 고향은 평양이다. 그는 또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군 지도자였다. 1922년 초 고려혁명군 사령관 자격으로 레닌과 트로츠키를 함께 접견하기도 했다. 레닌은 자신과 홍 장군의 이니셜이 새겨진 권총, 금화 등을 선사했다. 그런 홍 장군의 유해가 북한 아닌 남한 대전 현충원에 18일 안장된다. 남북 체제 경쟁이 끝났음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사례다.

북한은 그동안 홍 장군 유해는 고향에 묻히는 게 맞다며 남한 봉환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소련파나 연안파, 남로당계 등을 밀어내며 김일성 유일 영도 체제를 구축한 북한이 홍 장군 등 해외파 독립군의 유해 봉환을 마음 깊이 원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내심을 떠나서 중요한 건 남한의 비약적 변화일 것이다. 사회주의 계열까지 장엄한 추도의 대상으로 포괄하며 국가 정통성의 기반을 더 넓고 깊게 다졌다는 점이다.

선진국에 오른 건 한강의 기적을 공식 반영한 결과다. 1964년 운크타드 창설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사적 성취다.

‘G7’ 초청은 경제 못지않게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졌음을 웅변한다. 한국은 이제 대륙과 해양 세력,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교량국가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첨예한 미-중 경쟁에서도 한국은 두 초강대국 어느 쪽도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갖는 나라로 부상했다. 선택을 요구받는 어려움도 크지만, 운신의 공간을 만들 힘 또한 갖고 있다. ‘낀 새우’ 콤플렉스에 젖은 사람들만 이를 모른 체할 뿐이다.

한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을 표현하는 말로 ‘미들 파워’를 쓴다. 강대국엔 못 미치지만, 중상위권 국력을 지닌 나라를 통칭하는 용어다. 중견국으로 흔히 번역한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 대체로 미국과 글로벌 행보를 같이하는 자유주의 중견국과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 지역 강국을 지향하는 신흥 중견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국은 자유주의 중견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한국의 국력과 그에 걸맞은 국가 전략을 함께 드러내기에 ‘중견국’ 규정은 2% 부족하다.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위, 국방비 순위 세계 10위의 경제·군사 강국이다. 케이(K)팝 등 ‘한류’ 소프트 파워의 성장도 눈부시다. 경성·연성 권력을 합친 국력의 총합으로 볼 때 노무현 정부에서 제기한 ‘강중국’(강한 중견국 또는 중간 규모의 강국)이 한국의 위상에 더 잘 부합하는 규정일 것 같다.

세계 최강대국들이 대치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대형 고래들의 각축장에서 ‘미들 파워’ 돌고래로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잡자면 중견국을 넘어 ‘강국’의 정체성을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중국의 특징 중 하나가 안보를 강대국에 전적으로 의존, 편승하기보다 고유한 국익을 정의하고 독자적인 외교안보전략을 추구하는 것”(전봉근 ‘동북아 지정학과 한국 외교전략: 강중국과 중추국 정체성을 중심으로’)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품었던 ‘강중국’의 꿈은 외형상으로는 실현됐다. 그러나 사실 강중국 구상의 목적지는 ‘부국강병’ 같은 국력의 성장 그 자체가 아니다. 국력을 활용해 평화와 공영을 이루는 게 진정한 목표다.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중견국 외교’란 이름표를 달긴 했지만, 강중국 전략의 방향성을 계승한 건 분명하다. 평화의 돌파구를 냈고, 미-중 경쟁의 격랑에 휩쓸리는 패착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물까지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 강중국의 물리적 기초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미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정부에선 강중국의 꿈을 명실상부하게 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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