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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교원 양성체제 개편 논의, 처음부터 다시 해야

등록 2021-08-29 21:56수정 2021-08-30 02:39

[기고] 김병찬ㅣ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지난 7월 교육부에서는 ‘초·중등 교원 양성체제 발전 방안’을 발표하였고 현재 관련된 국민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발표된 안의 내용 중에서 중등교원 양성체제와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모든 기본교과 교사 양성 기능을 사범대학으로 획일화시키고, 교직과정에서는 전문교과나 비교과 교사 양성을, 교육대학원은 교사 재교육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편안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인력 감축이라는 목표에서 나온 것으로, 불가피한 면은 인정하더라도 국가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으로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어 반드시 재고가 필요하다.

첫째, 제대로 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교원 양성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범대학,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는 방향에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안에는 이런 기본적인 진단이 결여되어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살려야 할 장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십년 동안 현장 교원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온, 우리나라 교원 양성체제의 심각한 문제인 교육과정이나 교수자의 질 문제 등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양성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감축하는 것이 교사 교육의 질 향상에 더 기여할 것인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자칫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 있다.

둘째, 내용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원 양성체제 개편의 목적은 질 높은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원 감축도 이러한 목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원 양성체제 개편을 통해 어떤 교사를 양성하고자 하는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안에는 이런 청사진이 없다. 그리고 교육부의 이번 안에서는 특성화라는 명분으로 기본교과 교사 양성, 전문교과 교사 양성, 교사 재교육 과정을 분리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 교육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이 세 영역은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긴밀하게 연계, 통합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교사 교육의 특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또한 이번 교육부 안에서는 기본교과 교사 양성을 사범대학으로 획일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다양화, 다원화하는 사회 변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교사를 확보하는 데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셋째,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우선 이번 정책안은 정책의 일관성도 결여하고 있다. 교원 양성체제와 관련하여 1998년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이미 상당히 많은 부실한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을 폐쇄하거나 정원을 감축해왔다. 즉 평가를 통한 교원양성기관 질 관리 및 정원 통제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는데, 이번 안은 갑자기 정책의 맥을 끊어 일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번 정책안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이미 교직과정은 5분의 1 수준으로, 교육대학원은 3분의 1 수준으로 양성 정원이 대폭 감축된 상태이다. 또한 기존 교사자격증 소지자들이 포화된 상태에서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의 양성 기능을 폐쇄하더라도 임용 경쟁률 완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이나 시뮬레이션도 없이 밀어붙이는 무모함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번 안은 작년에 국가교육회의 숙의단의 숙의를 거친 안이라고 한다. 교육정책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의견을 모으는 숙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엄밀한 진단과 연구 및 논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안 밀어붙이기를 중단하고, 교원 양성체제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진단과 연구,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가는 것이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국민들을 덜 고통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훨씬 더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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