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ㅣ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인 ‘COP26’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10월31일~11월12일(현지시각) 정치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모인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지난 1년 반 동안 기후변화가 언론의 헤드라인이 되는 기회를 ‘강탈’했지만,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급감소의 시급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가는 것을 막는 데 앞으로의 10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세계적으로, 특히 부자들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낸 보고서는 인류의 가장 부유한 10%가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의 36~45%를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빈곤 탈피를 위해 개발이 필요한, 세계의 가장 가난한 10%가 기후에 미치는 피해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후위기를 부정한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를 원한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지 몇 시간 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재가입했다. 유럽도 이 지역에서 계속되는 기후변화의 현상들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글래스고 회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남부 유럽은 끓어오르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도시 플로리디아는 섭씨 48.8도로 유럽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최악의 더위가 우리 삶뿐만 아니라 농업 부문 가뭄으로 이어져 생계를 위협한다. 북부 유럽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대규모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고 황폐화됐다. 독일은 뿌리까지 흔들렸는데, 최근 홍수로 180명 이상 사망했고 처참한 파괴 현장의 모습은 잊기 힘들 정도였다.
다음달 26일 투표를 앞둔 독일에서 기후변화는 의심의 여지 없이 주요 선거 주제가 되었다. 우익 포퓰리스트를 제외하고 정치권 모든 정당들이 기후변화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정당 간 차이가 관찰된다. 예상대로 환경 운동과 반핵 운동을 기반으로 성장한 녹색당은 탄소중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확대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석탄 사용의 종료는 현재 2038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녹색당은 8년 앞당긴 2030년을 주장한다.
중도 우파이자 기업 친화적인 기독민주당(CDU)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이런 녹색당의 계획에 반대한다. 기독민주당의 총리 후보는 현재 석탄 화력발전소의 늦은 폐쇄에 강한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총리이고, 사회민주당의 총리 후보는 산업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지도자로 간주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녹색당은 차기 정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선거운동에서의 분쟁은 차기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중요한 분쟁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다른 많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환경 보호와 현재의 경제적 이익이 대결하는 구도다.
우리는 종종 기업과 노조 사이의 ‘오래된’ 계급 간 연대를 발견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태양 에너지를 늘리는 데 동의하기는 쉽지만 값이 싸면서도 오염이 심한 산업용 에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때는 입장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예전 방식의 성장 전략과 지구를 구하는 데 즉시 필요한 새로운 ‘녹색’ 성장 전략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COP26이 코앞에 다가왔다. 선진국은, 특히 중국과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 추가 탄소 배출 감소 약속을 기대하는 경우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유럽의 홍수와 가뭄, 북미의 산불이 선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 즉 경제적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