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필구|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
최근 경력법관 선발요건 완화(법조경력 조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감축) 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는 법원행정처(이하 행정처)가 ‘10년 이상 경력자 지원자 수가 0명인 해도 있었고 작년에는 155명 중 10년 이상 경력자는 5명이다. 결국 법관 채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라며 국회 법사위원들을 설득해 발생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초 행정처의 주장은 허구다.
만약 경력법관 채용에 심각한 문제(지원자 수의 급감)가 발생하고 있었다면 행정처는 경력법관 채용 경쟁률을 공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경력법관 채용에 문제는 없기 때문에 경쟁률을 공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법사위원들이 설득당한 이유는 행정처의 표본선정왜곡을 간파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표본선정왜곡이란 통계자료 중 일부만을 공개하여, 그것을 분석하는 사람이, 자료를 공개한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 신종 통계왜곡 기법이다.
이를 통해 통계의 일부인 10년 이상 경력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최소경력이 10년이 되는 경우 심각한 인력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처럼 판단을 유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사례를 통해 반증이 가능하다.
2017년 경력법관선발 최소경력(3~4년)자는 전체의 92%였고 5~6년차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 최소경력이 5~6년이 되자 이들의 비중은 전체의 78%가 되었다. 그리고 최소경력이 7년이 되는 내년에는 이들의 비중이 70~80%대가 되면서 선발되는 법관의 다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10년이 최소경력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조일원화는 전관예우 혁파와 관료제에 익숙한 법원 문화를 개혁하고 사법선진화를 이룩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였다. 이런 대의는 반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행정처는 표본선정왜곡을 통해 논의의 영역을 인력수급 문제로 변환하고, 이를 관철하려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막고자 뜻있는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그 밖의 많은 이들이 노력했고 그 성과로 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을 행정처의 ‘준동’에 대비해 분명히 말한다. 법관수급에 차질은 없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논의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은밀한 노력과는 다르게, 대한변협과 서울변협(이하 협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공공연하게 쟁취하고 있다. 지난 4월 전세계 법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수치로 남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소 집회를 통해 합격자 수 감소에 성공했고, 실무수습자 감소 파동을 통한 실무수습 변호사 인건비 폭락에 성공한 것이다.
나아가 협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로톡은 지금까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손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편의를, 그리고 가입한 변호사들에게는 의뢰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공공선에 이바지해왔다. 더하여 로톡은 판결문 공개서비스 등 변협이 해야 할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려 하며 사회적 책임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서비스 문턱을 높여 높은 수임료를 유지하고, 신규 변호사의 기회를 박탈하여 저가의 인건비를 유지하려는 협회 및 기득권 변호사들에게는 공공선이 아니었다. 그들은 법무부가 로톡을 합법이라고 수차례 강조하였고, 로톡에 대한 탄압에 대하여 사회 전체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막상 본인들은 조세처럼 거두는 변호사협회 가입비 총액, 경유증표의 총 숫자 및 가액 등 협회 운영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거부하며 공익을 운운한다. 아이러니 그 자체다.
이런 협회의 모습들이 집약된 것이 서울변협 회장의 ‘로톡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물음이다. 협회들의 ‘누구’는 오직 자신들과 일당의
변호사들뿐이다. 그들의 세상에는 자신들의 수익이 보장되고 그 가운데 선심 쓰듯 공익을 행하는 법조귀족인 자신들과, 자신들이 고귀한 선의로 베푸는 것을 주워 먹어야 되는 비법조인 국민들이 있다.
행정처와 협회들의 행위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하기 위해 저들의 행위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