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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맛집의 옆집’과 ‘D.P.’

등록 2021-09-06 18:48수정 2021-09-24 08:16

드라마 <디피>.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디피>. 넷플릭스 제공

[편집국에서] 박미향ㅣ문화부장

‘맛집의 옆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괴로운데, 옆집은 손님이 넘쳐난다.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맛집의 옆집’인 데는 이유가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맛집의 옆집>은 ‘옆집’의 진실을 파고드는 예능 콘텐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카카오티브이에서도 서비스하는 이 ‘먹방’은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등 지상파의 ‘백종원’ ‘이영자’의 ‘먹방’ 인기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21년, 대중문화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돌아보면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어왔다. 오티티 순위와 유튜브, 웹툰, 웹소설 조회수 등이 지상파 시청률 순위보다 대중의 취향을 감지하는 데 더 요긴하게 작동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대중의 감성에 민감한 콘텐츠 제작자나 기업의 마케터들이 기준으로 삼는 데이터가 더는 지상파 시청률이 아니라는 소리다 .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디피>(D.P.)가 이런 추세에 쐐기를 박을 모양이다. <디피>(Deserter Pursuit)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의 약자로, 드라마는 실제 디피 출신인 김보통 작가의 만화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의 행적을 통해 군대에 만연했던 가혹행위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게 이야기의 기본구조다. 작가가 <한겨레>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2014년은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등 군대 내 집단따돌림, 가혹행위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공분을 산 해다. 원작을 그저 허구로만 취급하기엔 우리의 현실이 냉혹하다.

드라마 <디피>는 납작했던 만화에 넘치는 생생함을 불어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통상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뜸 들이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단박에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등극할 전망이다.

오티티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디피>는 2일 기준 전세계 드라마 순위 16위다. 아시아권에서의 열풍은 더 뜨겁다. 타이·필리핀에선 2위,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3위, 대만에선 4위라고 한다. 미국 최대 영상 콘텐츠 리뷰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의 평가도 8.8점(10점 만점)이다. 이런 집계 결과는 공개된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된 <디피>를 대중이 더 열광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디피>를 좀 더 살펴보자. 드라마의 인기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휴대전화도 가지고 (군대에) 들어가는데, 가혹행위는 옛말’이라든가 ‘더 교묘해졌을 뿐 다를 바 없다’는 반론까지 여러 주장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디피> 인기의 진실은 뭘까? 제한적인 공간, 군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격 파괴가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아서다. 쇼핑몰 전화상담원은 취객의 성희롱을 들어야 하고, 힘 있는 이의 갑질도 여전하다. 지금도 우리는 자존감 훼손이 무지막지하게 벌어지는 황량한 벌판에 서 있다. <디피>가 그린 폭력에 유독 감정이입이 잘되는 이유일지 모른다.

한준희 감독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런 일들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 방관하지 않고 늘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분명 나아지고 있”는 걸까.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폭력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시즌2가 던질 메시지가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재미있는 후일담은 덤. 배우 정해인은 촬영 당시 자신의 실제 관등성명을 대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중령 역을 맡은 배우 현봉식은 37살로, 정해인을 뺀 주요 배우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디피>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다룬 콘텐츠가 제작 절차가 간소한, 어디서든지 시청 가능한 플랫폼 오티티와 결합해 날개를 달았다. <디피>, <맛집의 옆집> 등 오티티 콘텐츠의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참, ‘맛집의 옆집’의 진실은 뭘까? 이미 맛집과 다른, 칭찬받을 만한 맛난 게 있는데, 그걸 주인은 모른다는 거! 주인도 메뉴에 대한 자세를 고칠 필요가 있다.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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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예능 <맛집의 옆집> 카카오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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