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청 공무원들의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송파구청 청사.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편집국에서] 이순혁 전국부장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 여럿이 회사를 찾아왔다. 기사와 관련한 항의방문이었다. 언론사에는 종종 있는 일이건만, 유독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사연은 이랬다. <한겨레>는 9월23일치 1·4·5면에 서울시내 25개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올해 상반기 구청별 초과근무수당과 관내출장여비 지급 실태를 분석 보도했다. ‘송파 공무원들 ‘수상한 출장’ 사라지지 않았다’, ‘카드만 찍어도 야근 인증…송파 주민센터 월 79시간 초과도’, ‘하루평균 2시간반…관리감독 허술 틈타 ‘묻지마 수당’ 쌓기’ 같은 기사들이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태는 놀라웠다. 서울시 전체 구청 공무원들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35시간이었다. 한달(평일) 21~23일 근무할 경우, 하루 평균 1시간 반꼴인 셈이다. 공무원들 초과근무는 하루 1시간은 공제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야근시간은 2시간 반이란 얘기다.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송파구청은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이 53.8시간으로 은평구(24.9시간)와 도봉구(26.3시간)의 두배 수준이었고, 월평균 출장여비 수령액도 26만원으로 구로구(8만원)의 세배가 넘었다. 코로나19로 하루 4시간, 한달 57시간이라는 제한이 없어지자,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한달 7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신고했다. 기본공제 1시간을 더하면, 매일 자정 다 돼 퇴근했다는 얘기였다.
기사가 나간 뒤 반향은 뜨거웠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논의됐고, 포털 등에는 수천개씩 댓글이 달렸다.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지만 “사회복무하면서 봤는데 관례처럼 월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출장수당을 전 직원한테 채워줬음. 업무상 실제로 출장 나가는 사람도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사무실에 앉아 행정업무 보는데도 출장을 내고 과장이 자연스럽게 결재해줬었음”(ninano****), “지인이라 말은 안 했지만… 퇴근해서 밥 먹고 쉬다가 카드 찍으러 가는 사람 본 적 있음. 수당이 꽤나 쏠쏠하다고 자랑까지 했는데”(jsyw****), “내 친구는 10년 전에 초과근무수당 받겠다며 차도 샀다. 퇴근했다가 저녁 9~10시쯤 다시 구청으로 출근하더라”(nanc****) 같은 고발성 댓글이 유독 많았다.
같은 시각, 공무원노조 송파구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도 불이 났다. 보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초과근무 인증에 카드를 허용하지 않고 중간인증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인터뷰한 총무과장을 두고 “후배는 개뿔 1도 생각 안 하지”, “누릴 거 다 누린 ××” 같은 인신공격성 비난도 넘쳐났다. 야근 중간인증은 절대 안 된다, 지문인증은 인권침해라는 글도 여럿이었다.
항의방문 온 공무원노조도 “기사가 공익성과 균형성을 상실”했으며 “공무원노조와 소통 없이 일방적인 기사가 나”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익성과 균형성이야 시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취재 과정에서 통화한 송파구지부장은 ‘지부 의견이나 입장은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물론, 공무원들 항변도 일리는 있다. 초과근무 1시간이 기본공제되고, 상한(하루 4시간, 한달 57시간)도 정해져 있다. 액수도 주간 시급의 1.5배를 받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8887원(9급)~1만4215원(5급)에 불과하다. 하지만 규정이 불합리하면 개정에 힘을 쏟아야지, 허위로 야근·출장을 신고하는 게 답일 수는 없다. 또 부당수령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제도 개선 요구가 힘을 얻기도 어렵다.
당시 기사를 내보낼 때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우려되는 건, 실제 많은 야근과 출장으로 고생하는 공무원들이다. 노고에 격려는커녕 부정한 집단의 일원으로 매도됐다며 힘 빠지고 억울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께는 진심 죄송하다. 하지만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거저 수당을 받아가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다행히 그런 싹은 내부에서도 자라나고 있는 듯하다. 보도가 나간 날 공무원노조 송파구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댓글 가운데 하나다.
“이제 변해야 한다. 돈이 다는 아니다.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자.”(아이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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