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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국이 민주주의를 광고한다고?

등록 2021-10-31 17:16수정 2021-11-01 02:33

[세계의 창] 존 페퍼ㅣ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988년, 키예프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은 3대 유일신 종교 중 어느 종교를 러시아로 가져올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땅에 사절을 보냈다. 사절은 세 종교의 이야기를 갖고 돌아왔다.

전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는 식습관 제한 때문에 유대교와 이슬람을 거부했다. 비잔티움에서 돌아온 사절은 콘스탄티노플의 아야 소피아 성당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했다. 그 결과 블라디미르는 기독교(러시아 정교)를 선택하고 신하들에게 개종을 강요했다. 1000년 넘게 지난 오늘날에도 러시아는 정교회 국가로 남아 있다.

이제, 자신의 나라에 어떤 정치 체제를 선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현대 국가의 통치자를 상상해보자. 그는 세개의 다른 영역 수도인 워싱턴, 브뤼셀, 베이징에 사절을 보낸다. 한달 뒤 사절단이 돌아온다.

브뤼셀에서 온 사절은 유럽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각국이 각자의 민주주의를 갖고 있고, 민주주의의 유럽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협력합니다.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합니다. 국가는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시민은 모든 수준의 거버넌스에 참여하며 활기찬 다국어 문화가 있습니다. 반면에 브뤼셀의 의사 결정은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보이는 규칙에 대해 불평합니다.”

통치자가 “우리 나라에 그들의 시스템을 채택해야 하나?”라고 묻는다. 사절은 “우리 나라의 다양성에 잘 맞습니다. 그래서 제 대답은 ‘조건부 찬성’입니다.”

다음 사절은 중국에 대해 설명한다. “광대한 땅을 한 사람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는 사실상 자신을 평생 지도자로 선언했습니다. 일부 지방은 어느 정도 독립성을 보이지만 엄격하게 계층적인 정치 시스템입니다. 반면에 국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했고,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했으며, 기후위기 같은 문제 해결에 자원을 매우 빠르게 할당할 수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채택해야 하나?” 사절이 답한다. “경제 성장만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곳이 아니고, 우리는 다양성 국가입니다. 제 대답은 ‘조건부 반대’입니다.”

통치자는 마지막 사절에게 향한다. “미국은 지구상 최고의 나라라고 자랑한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채택해야 하나?”

사절은 한동안 침묵한 뒤 “미국은 매우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미국은 자신을 민주주의라고 부르지만 그게 정확한 이름표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의회에서 한 사람이 여러 중요한 법안의 통과를 막고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이 민주당 상원의원은 금액이 너무 크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돈이 포함돼 있다면서 대규모 지출 법안을 막습니다.”

통치자는 묻는다. “그런 정책입안자들이 국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을까?”

사절은 “미국은 매우 양극화되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대선에서 패한 전 대통령이 실제로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난 선거에서 사기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전혀 증거가 없습니다.”

“그건 말이 안 되지.” 통치자가 말한다.

“나라가 말 그대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절이 답한다. “도로, 다리, 대중교통 등이 엉망인데도 선출직 관리들은 간단한 해결책에도 합의하지 못합니다. 아주 온건한 총기 규제에도 합의 못 합니다. 쿠데타를 일으킬 뻔한 전직 대통령은 사실상의 당수이며 2024년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치자는 “당신 얘기는 그럼…” 하고 반응한다. 사절은 “또한 그 정부는 자국의 민주주의를 해외에 모델로 계속 홍보하고 있습니다. 모델로! 어떻게 누군가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따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솔직히 미국이 앞으로 5년 안에 두개로 나뉘고 한쪽이 독재가 되더라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통치자는 사절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한다. “사절단을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한국, 뉴질랜드, 부탄 등에 대해 좋은 얘기를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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