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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 ‘군산복합체’-중 ‘군민융합’, 무기경쟁 불붙다

등록 2021-11-01 16:39수정 2021-11-15 17:57

박현의 G2 기술패권 _05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첨단기술 지원 및 대중국 견제 법안이 통과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군 관련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군산복합체는 더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군민융합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중이 군산복합체와 군민융합을 내세워 자웅을 겨루는 세기의 무기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공군과 해군 소속 전투기들이 지난해 5월2일 워싱턴 근교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 위를 날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 공군과 해군 소속 전투기들이 지난해 5월2일 워싱턴 근교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 위를 날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 국방부는 2015년 국방혁신부대(DIU)를 창설해 첨단기술 기업들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 분소를 열었다. 민간의 혁신적인 상업용 기술을 군사기술에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목표 기술은 인공지능·무인무기·사이버·휴먼시스템·우주 등 5가지 분야였다. 이 영역에선 국방부가 그동안 의존해온 자체 연구기관이나 방위산업체만으로는 민간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보스턴과 오스틴에도 분소를 개설했으며, 지난해에는 첨단 에너지·재료를 6번째 목표 기술로 채택했다.

이 부대는 지금까지 민간에서 2300여개의 기술혁신 제안을 받았으며, 이 중 200여개는 모형 제작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실제 무기 생산까지 이른 사례도 나왔다. 5개 벤처와 공동으로 정찰용 드론을 제작하고, 국방부가 구매하기로 했다. 이 부대는 보고서에서 “국방부는 상업용 드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며 “이 고성능 드론은 수직 이착륙, 배낭 휴대 기능을 갖춘데다 첨단기술을 반복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대는 미 국방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드러내는 사례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미래전연구센터장)는 공저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에서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 등의 기술혁신은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서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지고, 나중에 군사부문에 적용되는 ‘스핀온’(spin-on)의 양상을 보인다”며 “이는 20세기 후반 냉전기에 주요 기술혁신이 주로 군사적 목적에서 진행되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었던 ‘스핀오프’(spin-off) 모델과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 군산복합체가 21세기에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산복합체는 정부와 군, 방산업체의 상호의존 체계를 말한다. 군은 방산업체에 군사기술을 이전해 군수산업을 육성하고, 방산업체는 군에 첨단무기를, 정부에는 세금과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나타나 냉전 때 세력을 키웠다. 냉전 당시 미국 정부는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을 국방 분야에 투입했는데, 이렇게 탄생한 군사기술은 민간에도 큰 파급효과를 냈다. 1957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를 계기로 설립된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스텔스·정밀유도무기 같은 신무기뿐만 아니라, 인터넷·위치정보시스템(GPS)·자동음성인식 등의 기술도 개발했다.

2014년 기자는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 제조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이 공장은 입지부터 달랐다. 일반 공장지대가 아니라 공군기지였다. ‘공군 제4공장’이라는 표지판이 적힌 출입문을 통과하자 거대한 공장과 활주로, 각종 부대시설 등을 볼 수 있었다. 규모가 307만㎡에 이르렀다. 독특한 것은 이 터의 소유자는 정부이지만 운영은 록히드마틴이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이 공장은 1942년 설립됐다”며 “활주로와 부대시설은 록히드마틴과 공군이 공동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근무 인원이 1만5천여명에 이르는 이곳은 사실상 ‘군(군대)·산(산업) 복합체’의 일체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미국은 이런 전통적인 군산복합체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민간 기업의 혁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군사적 추격을 따돌리려는 것이다. 미국은 2014년에 이미 ‘제3차 상쇄 전략’을 내놨다. 이 전략은 새로운 기술적 우위를 통해 경쟁국의 수적 우위를 상쇄시킨다는 개념으로, 냉전 때 두차례 시행됐던 이 전략을 다시 꺼내들 만큼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다. 1차는 1950년대 동유럽에 배치된 옛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의 수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2차는 소련의 핵·미사일 역량을 상쇄하기 위해 스텔스·위치정보시스템 등의 기술을 개발한 것을 일컫는다. 3차에서는 인공지능·바이오·레이저·극초음속 등이 ‘게임 체인저’ 기술로 꼽힌다.

이에 대해 중국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 군사력 경쟁에서는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신기술을 활용한 도약을 통해 미국을 추월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꼽는 핵심기술도 인공지능·바이오·퀀텀컴퓨팅·극초음속 등이다.

이를 달성하고자 중국이 꺼내든 게 이른바 ‘군민융합’ 전략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군과 민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임으로써 경제발전과 군 현대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의도다. 덩샤오핑 시대에도 ‘군민결합’ 개념이 있었으나, 군사적 자원을 경제발전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강했다. 그런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5년 ‘군민융합 발전전략’을 제시하면서 차원이 달라졌다. 시 주석은 2017년에는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접 주임까지 맡았다.

군민융합 전략은 군산복합체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국가 주도, 민간 기업과의 공조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엘사 카니아 연구위원은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수십년간에 걸쳐 군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온 반면에, 중국은 단기간에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와 자원 동원이 매우 두드러져 미래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협력은 군민융합의 전형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2017년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아이플라이텍 등 4개 기업을 인공지능 ‘국가대표팀’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독려하고, 정부는 각종 지원을 해주면서 관련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자 11개 기업을 추가했다. 바이두가 적극적이다. 바이두는 국영 방산업체 중국전자과기(CETC)와 공동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군 지휘통제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다.

중국이 올여름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국이 놀라는 분위기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7일 <블룸버그 텔레비전>에 출연해 “그게 바로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레이시온의 그레그 헤이스 대표이사는 미국이 중국에 최소 몇년은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축해놓은 미사일방어(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만큼 미국이 놀랄 만도 하다. 그런데 이는 미국도 수십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극초음속 비행체뿐만 아니라 이를 타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과 방산업체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나와 놀라움을 나타내는 것은 군사예산을 더 따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군산복합체는 막강한 로비력과 인맥을 기반으로 막대한 군사예산을 따내고 있다. 미국 군사예산은 한해 7천억달러(약 820조원)를 넘어 세계 2~11위 국가 군사예산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미국 내에서도 ‘괴물’ ‘대마불사’ 등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군산복합체라는 말은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퇴임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군산복합체가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는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부적절한 권력이 재앙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지금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군산복합체 전문가인 윌리엄 하퉁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무기·안보프로젝트 국장은 ‘의회가 과거보다 군산복합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 방산업체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만 1천명이 넘는다. 의원 1명당 로비스트가 2명인 꼴이다. 의회는 아이젠하워 연설 때보다 방산업체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첨단기술 지원 및 대중국 견제 법안이 통과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군 관련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군산복합체는 더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군민융합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중이 군산복합체와 군민융합을 내세워 자웅을 겨루는 세기의 무기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박현 논설위원
1994년부터 경제·국제·사회부에서 주로 일했으며, 워싱턴특파원·국제부장·경제부장·부국장 등을 지냈다. 특파원 시절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산복합체 등을 취재했으며, 2015년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폭로한 보도로 관훈언론상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첨단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발전상을 현장 취재했다. G2의 패권 경쟁이 한국 경제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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