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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스 유통업자의 기쁨과 슬픔

등록 2021-11-01 18:08수정 2021-11-02 17:29

<한겨레> 일일 뉴스레터 ‘H:730’(오른쪽)과 주간 ‘휘클리’.
<한겨레> 일일 뉴스레터 ‘H:730’(오른쪽)과 주간 ‘휘클리’.

[편집국에서] 박현철ㅣ콘텐츠기획부장

세상엔 두 종류의 기자가 있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은 무슨 일을 할까요? 누군가가 쓴 기사의 제목을 뽑고 기사에 적절한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 붙이는, 디지털이나 지면에서 뉴스를 편집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많은 기자가 ‘기사를 쓰고 싶고 그 기사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언론사에 입사합니다. 그런데 모든 기자가 기사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보다 한겨레가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는 늘어나겠죠. 대신 그 뉴스들은 디지털과 지면에서 어지럽게 흩어져 있을 겁니다. 한겨레 누리집(hani.co.kr)을 방문했는데, ‘중요도’를 알 수 없는 똑같은 크기의 이미지와 기사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돼 있다면, ‘이탈률’이 급증하고 ‘재방문율’이 급감할 겁니다.

제가 속한 편집국 콘텐츠기획부에도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뉴스레터를 만듭니다. 주간 ‘휘클리’와 일간 ‘H:730’, 동물 뉴스를 전하는 ‘댕기자의 애피레터’까지. 3개의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독자들 메일함으로 배달합니다. 레터를 만드는 재료는 당연히 한겨레가 생산한 뉴스들입니다만, 레터엔 뉴스 그 이상이 담깁니다. 그래서 자신을 ‘고부가가치를 얹어 한겨레 뉴스를 내다 파는 인력’이라 자평합니다.

‘자뻑’이 좀 심한가요? 레터를 받아본 독자들의 답장 일부를 소개합니다.

“매주 한차례 고등학생들에게 시사를 중심으로 생각해보기를 진행하는데, 주제 선정부터 이해까지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주까지 기다리는 것이 고역입니다.”

“이번주 휘클리를 본 여성들은 어떤 위로를 느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느꼈을 폭력에 대한 감정은 살아온 환경은 달라도 모두 어느 정도는 갖고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폭력의 전선에서 지지 않고 나아가주시길 바랍니다.”

“1938년생으로 올해 84살입니다. 창간호부터 2006년(?)경까지 주주 겸 구독자였습니다. 컴퓨터 한글 워드도 매우 서툴러 답변드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구독만 하고자 하니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한겨레신문을 늘 사랑합니다.”

“미국에서 30년을 살고 있는, 창간부터 지금까지 한겨레를 한국 신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열어보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늘 한겨레의 기사 방향이나 논조, 혹은 분석을 마음에 들어하기만 하는 쉬운 독자는 아니니 안심하지 마십시오. 한겨레의 H:730은 아주 좋은 독자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만, 무료로 읽는 것이 좀 미안합니다. 하여 유료화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꺼이 유료 독자가 되겠습니다.”

이보다 수백배 많은 독자들의 답장이 저희 편지함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이 정도면 세상을 바꾸는 기쁨 못지않겠죠? 그 기쁨을 연료로 올해 초부터 달려온 한겨레 뉴스레터가 지난 9월 멈췄습니다. H:730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고, 휘클리는 축소되었습니다. 지난 9월27일 뉴스레터를 통해 휴간의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했습니다만, 거듭 구독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독자와의 약속을 저버렸고, 실망감은 독자들이 더 크게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약 없던 휴간은 오늘까지입니다. 내일(3일)부터 일간 뉴스레터를 재개합니다. 여러 사정과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도, 다시 시작하는 이유도 독자라는 사실입니다.

휴간을 알린 뉴스레터를 보낸 다음날 독자들이 보내온 답장들을 덧붙이며 글을 맺습니다. ‘시작할 땐 언제고 왜 갑자기 중단하느냐’는 질책보다 더 뼈아픕니다. 거듭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훌륭한 분들의 정선된 글을 아무런 대가 없이 즐겨온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부디 ASAP(가능한 한 빨리)로 재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제 등굣길을 책임지던 H:730의 휴간이라니, 저의 뉴스 편식이 심해지기 전에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에 어떤 형식으로든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꼭 수신 리스트에 넣어주세요.”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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