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돈과 정치, 영국 보수당 정부에 쏠린 시선

등록 2021-11-14 19:21수정 2021-11-15 02:33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맨체스터/UPI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맨체스터/UPI 연합뉴스

[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ㅣ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겠지만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권력자와 부자들, 그리고 기업가들 사이의 은밀한 관계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 마음속에 ‘부정부패’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많은 시민이 정치인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선거 운동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이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정당들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당원을 늘려야 했고, 이에 노동당은 최근 몇년 동안 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당원 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급증하는 정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기부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보수당은 ‘전투 자금’을 채우기 위해 교활한 계획을 짰다. 25만파운드(약 4억원) 이상 낸 기부자들을 위한 비밀 모임을 만든 것이다. 기부자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에 대한 특별 접근권을 부여받았고, 다우닝가의 고위 공무원들과 월례회의와 통화를 하고, 공공지출과 세금을 삭감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당은 이 비밀 모임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모임의 이름이 내부적으로 ‘자문위원회’로 알려진 것이 의아하다. 25만파운드를 낼 수 없다면 5만파운드(약 8천만원)를 내고 이른바 ‘리더스 그룹’이 돼, 총리와 다른 각료들과 정기적으로 개인 만찬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 정치인도 돈을 받는다. 우리는 비즈니스 로비를 위해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는 전직 정치인에 익숙하다. 보수당 출신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파산한 금융회사로부터 330만파운드(약 52억원)를 받았는데, 그의 ‘과제’에는 해당 금융사가 코로나19 공적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수당 동료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 포함됐다.

전 환경부 장관이었던 오언 패터슨은 두 회사로부터 최소 50만파운드(약 8억원)를 받았다가 최근 문제가 됐다. 패터슨은 캐머런과 달리 ​현직 하원의원이었다. 의회 윤리위원회는 패터슨이 이 회사들을 대신해 공무원에게 반복적으로 로비를 한 것이 의회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패터슨은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보수당 정부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그들은 소속 의원들에게 패터슨에 대한 의회 제재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압박하는 한편, 의회 윤리위원회 개혁에 착수했다. 여당이 위원회를 확실하게 지배하지 못한 것이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여론이 틀어지고 정부마저 돌아서자 패터슨은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패터슨 스캔들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불편한 질문이 남아 있다. 정부는 왜 의회 윤리위원회를 공격했을까. 존슨 총리 자신이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다우닝가 총리 관저의 리모델링에 쓰인 비용 5만8천파운드(약 9250만원)의 출처에 의문이 제기됐고, 5월에는 카리브해와 스페인에서 보낸 총리의 무상 휴가 비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공직자의 이런 윤리적 문제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구조의 중요성뿐 아니라 강력한 공적 조사의 필요성도 보여준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잘못을 밝혀내고 폭로하기 위해 탐사 저널리즘에 투자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시민들이 불만을 표현할 새 수단을 제공하지만, 그 불만이 강력한 경우에만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수당이 5만파운드를 낸 ‘리더스 그룹’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우리는 아직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패터슨 스캔들을 잘못 판단했다. 대중의 항의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사안을 적당히 넘기고자 했던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많은 시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었지만 여전히 반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부패에 저항하는 시민 행동은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더 강력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이재명 1심 판결에 과도한 정략적 대응 자제해야 1.

[사설] 이재명 1심 판결에 과도한 정략적 대응 자제해야

여자대학, 공학 전환은 답이 아니다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2.

여자대학, 공학 전환은 답이 아니다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마을 축제, 문화유산, 노점상 [한승훈 칼럼] 3.

마을 축제, 문화유산, 노점상 [한승훈 칼럼]

무주 공공건축이 주는 교훈 [서울 말고] 4.

무주 공공건축이 주는 교훈 [서울 말고]

대한민국 남성성의 위기 [세상읽기] 5.

대한민국 남성성의 위기 [세상읽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