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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신 의무화, 윤리적 고민들

등록 2021-12-20 04:59수정 2021-12-20 12:37

[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ㅣ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영국 코번트리에 사는 91살 할머니를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개시된 것이 꼭 1년 전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길목에서 백신은 모두가 절실하게 원한 터널 끝의 불빛처럼 보였다. 선진국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밀고 나갔고,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우세를 점한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우리 삶을 옥죄고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최근 오미크론을 포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 변이는 우리의 삶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백신은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 사람들은 생명을 구하는 주사 맞기를 꺼린다.

코로나19의 네번째 유행과 오미크론의 확산에 직면하게 된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는 바이러스의 새로운 창궐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 중 하나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오스트리아인은 10명 중 7명을 넘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는 오미크론과 싸움에 중요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한 이는 넷 중에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률을 적어도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오스트리아는 만 14살 이상의 모든 거주자에게 백신을 의무화한 첫 유럽 국가가 되었다. 임신한 여성, 의학적인 이유로 접종할 수 없는 이들, 지난 6개월 안에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회복된 이들에게만 예외가 허용된다. 백신을 거부하면 일상생활의 제약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최대 3600유로(482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독일의 새 연립정부도 백신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입법 절차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 의무 접종을 예상하고 있다. 자민당은 공식 입장 발표를 망설이고 있지만,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는 백신 의무화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정당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이런 움직임을 놓고 고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유주의의 딜레마는 영국 내 논쟁에서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인구의 상당수가 여전히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의 삶의 방식을 제약하는 비의약적 개입만으로 영원히 갈 순 없다”며 백신 의무화를 염두에 두고 ‘국가적 토론’을 요청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보수당 내의 많은 각료를 놀라게 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즉각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백신 의무화 가능성을 배제했다.

여기서 어떤 윤리적 고려가 필요할까. 분명, 백신 의무화는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유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백신 접종 거부자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물론 많은 사람의 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킨다. 실제로 아이들이 문자 그대로 굶주리고 있다. 또한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백신이 존재하는데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인명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의문스러운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백신을 거부할 자유는 많은 사람의 자유를 너무 쉽게 빼앗는다. 이 지점에서 국가는 분명 사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더 나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백신 의무화는 지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균형 잡힌 조처라 할 수 있다. 현재 상태로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집단면역에 필요한 백신 접종률 90%에 어떻게 도달할지 의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유럽 국가들, 더 나아가서 다른 국가들도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변이보다 빨리 퍼지고 있다. 더 새롭고 전파력이 강한 변이들이 곧 나오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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