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지난해 10월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대표적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의 의석이 줄면서 야당의 재건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방송·신문에선 야당이 정부 비판과 공격만 하고 있다는 냉소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 취임한 이즈미 겐타 대표는 앞으로 ‘제안형 야당’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의 의회정치에서 야당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 논쟁이 되고 있다.
우선 야당이 반대만 한다는 인식은 잘못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야당이 찬성한 비율은 입헌민주당 83%, 공산당 54%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 많았다. 또 야당은 탈원전이나 정보공개 등 정부·여당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의제에 대해 의원입법 방식으로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의 반대로 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정책 입안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햇빛을 보지 못한 법안은 언론이 적극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책을 만들기 위한 야당의 노력을 알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이야말로 야당의 역할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왜 일본에서는 이해되지 못하고 있냐는 지점이다. 야당은 영어로 ‘opposition’(오퍼지션)이라고 한다. 이 말은 동사인 ‘oppose’(어포즈)에서 파생된 것으로 ‘대항하다’, ‘반대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근대 초기 유럽에서 의회정치가 시작된 것은 왕이 마음대로 과세하거나 자유를 억압하는 등 잘못된 정치를 하는 것에 일반 주민의 대표가 반대나 항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일본이 전제군주 국가는 아니지만 (정부·여당이)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코로나19 대책을 늦게 추진하는 등 여러 실정이 있다. 그것을 비판하지 않는 야당이야말로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
현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야당이었던 2010년에는 당시 민주당 정권을 철저히 비판하고 공격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지금의 코로나와 같은 국난이었는데, 자민당은 정부의 재해 대책의 미숙함을 비난했다. 그리고 참의원 선거(2010년 7월)에서 민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야당인 자민당은 적자국채를 발행하기 위한 근거법인 재정특별법에 반대했다. 세입 부족으로 정부 기능이 정지되기 직전까지 정부를 몰아붙였다. 그렇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것에 호불호를 떠나 자민당에는 정치인으로서의 투쟁 본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입헌민주당은 지나치게 온순하다.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정부·여당의 부패를 적극 추궁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비판과 저항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건전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언론이 야당 역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각 지지율도 높아 현재로선 정권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에선 감염자 수가 적다. 코로나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것이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다양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서 다시 코로나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선 10년 가까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펴왔다. 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일본은행은 완화정책을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올리고, 서민들의 삶은 서서히 압박당하고 있다. 야당이 위축되지 말고 정책논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