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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선거본부와 수사본부

등록 2022-01-05 17:13수정 2022-01-06 14:2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임인택

스페셜콘텐츠부장

지난주부터였다. 윤석열 후보의 입말이 거칠어졌다고 했다. 실언이라고도 한다. 그런가.

“부득이” 입당한 국민의힘 주자로 “같잖”은 이재명 후보와 싸우는데 지지율은 떨어졌다. 심사가 편할 리 없다. 하지만 그의 ‘쩍벌’(경박한 표현이다)이 정치판에서 거칠어진 후과가 아니듯, 그의 말도 격해지는 와중의 언어가 아니다. 외려 두려운 이유다. 제1의 엘리트 권력을 자처하는 검찰이 그런 말을 넉넉히 담는 그릇이었음을, 그러한 말이 군림할 수 있는 조직이 검찰임을, 대선이 격해질수록 불리해질수록 검찰총장 출신이 옹글게 드러내준다. 바야흐로 청와대가 행정부가 그 그릇이 되어야 할지 모른다. ‘원톱’으로 중용한 김종인의 선거대책위원회를 부수고 직하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세우기까지의 한달짜리 함의가 그러하듯.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당장 구속해야 한다, 이 정권은 모든 것을 망쳐놓고 헌법적 국가 정체성도 내던지더니 확정적 중범죄에 휩싸인 사람을 대선 후보로 내놓았다….

덕담도 제자릴 다 찾기 어려운 세밑 며칠간 쏟아진 말만 이렇다. 노회한 어느 정치인의 수사라면 눙칠 법도 하다. 윤 후보는 말하길 정치 훈련은 받지 않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방치할 수 없어 정치에 뛰어든 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검찰총장의 결기로 검찰의 언어를 윤 후보는 지속 중이고 지속할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가 된 이래 가장 말을 낮춘 때가 새해 3일 아닌가 싶다. 신지예 방출 건에 해명을 하면서다. “애초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입니다. 특히 젠더 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게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게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합니다.” 선대위의 사분오열에 대해서다.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정말 깊이 사과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이틀 뒤인 5일 선대위를 해산했다. 후보와 선대위원장, 당대표 간 인선·전략·소통 갈등이 울산 ‘불고기 만찬’으로 봉합됐다는 소식, 후보가 ‘나를 따르라’가 아닌 겸손·포용 리더십으로 전환한다는 당내 평가가 나온 지 딱 한달 만이다.

30대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을 지난달 20일 영입하며 지지 기반과 철학, 진영을 확장하겠다던 ‘정치 의지’를 사과하기까진 보름이었다. 철학이나 진영 확장의 의지와 그 의지를 사과하려는 의지는 양립할 수 없으므로 둘 중 하나는 거짓이거나 둘 다 거짓이어야 한다.

상왕, 쿠데타, 연기 따위 말들을 품은 갈등의 경로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갈등이 해결되는 경위다. 그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과단히 노정해낸 풍경은, 후보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얘기된) 이, 지지율에 방해되(어 보이)는 이들의 축출, 그리고 총장을 위시한 검사동일체를 상기시키는 후보만의 ‘선본 동일체’ 출범이다.

지난주 날 선 말들이 언론을 도배할 즈음, 애써 해석 말라는 듯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썼다.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 ‘문재명’ 집권세력에 맞서 정권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민주 선열 김근태의 말이니 삭제해달라 요구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알베르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에서 발췌한 문구라고 대응했다. (겉핥기로 이해한바) 부조리에 맞서 투쟁하되 죽지는 말아야 한다는 좌파 지식인의 ‘실존’적 함의를 떠나, 투쟁의 대상을 떠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이 말이 어울리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다. 정작 윤 후보야말로 단 한 갈래의 충성만 바라는 듯 비쳐도 발췌는 자유다.

다만, 말은 존재 너머 있기 어렵다. 2018년 팔월의 죽음을 앞두고 있던 철학자 김진영은 쓴다. “사람들이 간간이 보내오는 나의 어록들이 있다. 그 말들과 목소리를 기억하지.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내 존재의 힘이 있었다.”(<아침의 피아노>)

거듭 검찰의 말을 버리고 정치의 말을 구사할 때 삼월 표심도 움직이리란 그럴싸한 결미에 닿고 싶지만, 외려 철학을 기반을 확장하겠다 말할 때 윤석열은 지지자를 잃었다. 더 검사다울 수도, 이제야 정치인스러울 수도 없는 딜레마야말로 윤 후보가 투쟁할 전방의 적처럼 보인다. 일단 수사본부 차리듯 선거본부를 세웠으니 두고 볼 일이다.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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