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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삐삐 이야기를 짓다

등록 2022-01-27 16:40수정 2022-01-28 02:31

[나는 역사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지역 신문에서 수습기자로 일하다 편집장의 아이를 밴다. 남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전에 이혼소송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만삭의 산모는 고향을 떠났다. 열여덟살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엄청난 돈을 그 남자 부인한테 줘야 했을 거예요. 당시 스웨덴 법이 그랬어요.”(셰르스틴 크빈트)

남자와 헤어지고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가난에 시달렸다. 아들 라르스는 한동안 위탁 가정에 맡겼다. “아스트리드는 라르스에게 늘 죄책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마리안네 에릭손) 약자에 대한 관심을 평생 잊지 않은 것은 이때의 경험 때문이리라.

고생 끝에 삶을 되찾았다. 아들을 데려왔다.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고 딸도 낳았다. 딸 카린이 폐렴으로 누워 지낼 때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힘센 여자아이 이야기를 지었다. 자기가 발을 다쳐 누워 지낼 때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이다.

처음에는 원고를 퇴짜 맞았다. “나도 어린아이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 여자아이를 본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니 기가 막혔어요.” 어느 출판사 사장의 회고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야기를 고쳐 썼다. 연구자 울라 룬드크비스트에 따르면 “처음 원고의 60%가량이 수정되었다”고 한다. 삐삐 시리즈는 크게 성공했다. 그래도 점잖은 어른들은 화를 냈다. 린드그렌은 오래오래 논쟁에 휘말렸다.

“글쓰기는 고되지만 가장 근사한 일이다. 아침이면 글을 쓰고 밤이 되면 생각한다. 아! 내일 아침이 오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린드그렌이 들려주는 글쓰기의 비결은 이렇다. “머리를 너무 굴리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쓰라.” 대신 “한 문장을 열번 넘게 고쳐 쓰는 일도 자주 있었다.” 많은 작품을 남겼다. 나는 삐삐를 좋아했다. 주인공이 죽으며 시작하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슬프고 무서웠다. 죽음같이 심각한 문제도 린드그렌은 어린이 책에서 다루었다.

2002년 1월28일에 숨졌다. 스웨덴 정부는 그를 기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만들었다. 어린이문학에 주는 가장 큰 상이다. 2020년에 이 상을 백희나 작가가 받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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