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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상균의 메타버스] 우리가 먼저 가면 안 되나?

등록 2022-02-03 18:20수정 2022-02-04 02:31

김상균 | 인지과학자·강원대 교수

“국외에서는 조용한데 국내에서만 난리다.” 메타버스를 다룬 언론 기사에 붙은 댓글,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의견이 간혹 보인다. 유튜브에서 이런 내용으로 강의하는 영상에 호응하는 이들이 적잖다. 영국 사전출판사 콜린스는 2021년의 단어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선정했다. 메타버스도 크립토와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콜린스의 발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2020년 이후로 사용량이 세계적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만 메타버스에 매달린다는 주장은 억지이다.

국외에서는 조용한데 국내에서만 난리라는 비난에는 우리의 위치와 잠재력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태도가 깔려 있는 느낌이 든다. 속도를 늦춰서 다른 나라보다 한걸음 뒤에서 움직이자는 주장으로 읽힌다. 비슷한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도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에 따라 기업의 전략과 사업성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의 순서에 따라 기업은 퍼스트 무버, 패스트 팔로어 등으로 나뉜다.

퍼스트 무버는 도입기의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혁신 제품을 수용하는 소비자를 소비 순서에 따라 통상 혁신자, 초기 수용자, 전기 다수 소비자, 후기 다수 소비자, 느림보의 다섯 집단으로 나눈다. 퍼스트 무버는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서 혁신자와 초기 수용자를 주 고객으로 삼는 전략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대신에 고수익을 노리는 접근이다. 그러나 감수해야 할 위험과 기대되는 수익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정확하게 정량화하기가 어려워서 이 전략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패스트 팔로어는 시장에 먼저 진출한 퍼스트 무버의 제품, 마케팅, 유통망, 소비자 반응 등을 참고하여, 비슷한 수준 또는 더 개선된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뒤따라서 시장에 내놓는 전략을 취한다. 패스트 팔로어는 초기 수용자와 전기 다수 소비자를 주 고객으로 삼는다. 패스트 팔로어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이미지는 부족하지만, 시장이 가진 불확실성의 위험을 피하고, 더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하는 특징이 있다. 통계로 보면 패스트 팔로어는 퍼스트 무버에 비해 평균 35% 이상 낮은 비용으로 비슷한 제품을 개발한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메타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어 중 어디에 서야 할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 이렇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30년 전이었다면, 패스트 팔로어라고 말했을 듯하다. 하지만 2022년 대한민국은 메타버스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지금부터 우리가 달린다고 해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에 쉬운 상황은 아니다.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로블록스 등 세계 무대에서 메타버스 분야 주도 기업으로 손꼽히는 이들 중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입지는 매우 흐릿하다. 지난달 19일 마이크로소프트는 82조원을 투자해서 게임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분야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외에서는 조용한데 국내에서만 난리다.” 오히려 나는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난리를 치면 좋겠다. 메타, 애플, 아마존 등은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의 급성장 물결에 올라타서, 아니 그런 물결을 앞서서 이끌면서 20년 동안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초 애플의 시가총액은 360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뒤에 서야 할지, 우리는 여전히 그저 뒤에서 빨리 따라가면 될지 의문이 든다. 물론, 앞장서서 달리는 퍼스트 무버는 기회와 동시에 위협과도 마주친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가 기회를 휘어잡고, 위협을 통제하며 맞설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세상, 메타버스를 통해 세계 시장의 거인으로 등장한 한국 기업들이 존재하는 미래를 꿈꾼다. 대한민국이 메타버스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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