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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동 석유에 의존했던 미, 21세기엔 중국 배터리에 의존 두려움

등록 2022-02-28 15:42수정 2022-03-01 02:31

박현의 G2 기술패권 _13
미국의 중국 따라잡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단기간에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갖춘데다 내수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나가는 초입 단계까지 와 있다. 미국 쪽은 테슬라라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가 배터리 개발에까지 나서고 있는 점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의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2016년 콩고의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로마/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의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2016년 콩고의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로마/연합뉴스

박현 | 논설위원  1994년부터 경제·국제·사회부에서 주로 일했으며, 워싱턴특파원·국제부장·경제부장·부국장 등을 지냈다. 특파원 시절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산복합체 등을 취재했으며, 2015년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폭로한 보도로 관훈언론상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첨단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발전상을 현장 취재했다. G2의 패권 경쟁이 한국 경제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 말기인 2016년 미-중 기업 간에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을 둘러싼 주목할 만한 거래가 있었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미국이 땅을 치며 후회한 거래였다. 당시 미국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콩고에 소유하고 있던 2개의 대규모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 뤄양롼촨무예(China Molybdenum)에 매각했다. 이 중국 회사는 지방정부가 지분 25%를 소유해 중국 당국과도 관련이 있는 곳이다. 콩고는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70% 이상을 보유한 나라로, 중국은 이 거래로 세계 코발트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미국이 나중에 후회한 것은 코발트가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이차전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코발트가 전략물자라는 걸 몰랐을 리 없지만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이렇게까지 진행되리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해 벌어진 일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중국 시에이티엘(CATL·중국명 닝더스다이)은 지난해 4월 이 코발트 광산 지분 25%를 취득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1월 탐사보도에서 “이 광산은 냉전 시기 옛 소련의 전략물자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아이젠하워·닉슨 행정부 시절 미국 대통령과 중앙정보국(CIA)까지 나서서 미국이 소유권을 얻은 곳들인데 후대 행정부들이 이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두 광산의 매각은 재생에너지 혁명의 변화하는 지정학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의 배터리 원자재 지배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내연기관차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고, 앞으로 중국이 20세기 중동 산유국들이 했던 방식으로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고 탄식했다.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20세기에 중동의 석유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중국산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에이티엘은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박사 출신인 쩡위췬이 2011년 창업한 회사다. 2017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지난해까지 5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가 급성장한 데는 중국 당국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중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자 중국 업체들이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예컨대 미국 지엠(GM)도 중국 시장에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 배터리를 엘지에서 시에이티엘로 바꿨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에 관한 한 ‘소재-배터리-전기차’라는 생태계를 완벽히 갖췄다.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이 엔진 성능에 달려 있다면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핵심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나 차지하고 주행거리까지 좌우한다. 그런데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극재 등 핵심 소재가 필수적이다. 소재와 배터리를 갖춰야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 ‘한·중·일 삼국지’다. 배터리는 일본 소니가 1991년 처음 상용화해 소형 전자기기에 탑재하면서 선두를 달렸으나 2006년 노트북 발화 사고를 계기로 한국 업체들이 기회를 잡았다. 최근엔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시에이티엘이 32.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엘지에너지솔루션 20.3%, 일본 파나소닉 12.2%, 비야디 8.8%, 에스케이온 5.6%, 삼성에스디아이 4.5% 순이었다. 상위 10위 업체 중 중국 업체가 5곳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보면, 엘지에너지솔루션이 36.5%로 1위이며, 파나소닉이 24%, 시에이티엘이 12.9%다. 주목되는 것은 시에이티엘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2020년 5위였다가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미국 배터리 업체들은 10위권에 단 한 곳도 끼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아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달리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말한다. 이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의 4대 소재로 구성되며, 이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원자재가 니켈·망간·코발트·철·흑연 등이다. 배터리 공급망은 크게 원자재의 채굴·가공, 소재 제조, 셀·모듈·팩 제조 등 3단계로 나뉜다. 중국은 이 공급망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나라다. 중국의 4대 소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중국도 일부 원자재는 수입하고 있으나 이를 가공하는 설비는 압도적이다. 코발트의 경우 콩고에서 수입해 가공하는데 가공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리튬도 원광의 39%는 오스트레일리아, 26%는 칠레에서 채굴되지만 가공은 중국이 세계의 61%를 차지한다. 미국은 양극재 생산 점유율이 1%에 그치는 등 4대 소재의 생산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미국은 배터리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미국의 국가별 배터리 수입 비중은 중국이 43.4%이며, 한국 19.5%, 일본 13.2%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담당 부처에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한 4대 전략 산업의 ‘공급망 검토 보고서’에 배터리가 들어간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배터리 가치사슬 중 원자재 가공과 배터리 소재 생산능력 부족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으면서 “연방정부가 신속하고도 조직화된 행동에 나선다면 미국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두 자리를 차지할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전기차 수요 촉진과 원자재 공급 강화, 소재 국내 생산, 인력·기술 투자 등을 권고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한국·일본 업체들과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엠은 지난해 12월 포스코케미칼과 미국에 양극재 합작 공장을, 올해 1월에는 엘지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는 물론이고 소재 업체와도 직접 손을 잡고 ‘배터리 내재화’(자동차 회사가 배터리 직접 개발·생산)에 나선 것이다. 포드는 지난해 9월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미국에 합작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2014년부터 파나소닉과 손잡고 있는 테슬라는 2019년에는 배터리셀 기술을 보유한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배터리셀 시험생산라인까지 구축했다.

과연 미국의 중국 따라잡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단기간에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갖춘데다 내수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나가는 초입 단계까지 와 있다. 기술력도 최근 10년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한국을 넘보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니켈·코발트·망간(NCM) 등을 원료로 쓰는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왔는데, 중국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로 치고 들어왔다. 삼원계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고 부피가 작은 강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화재 등 안전성 리스크가 있다. 반면에 철과 인산으로 구성된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삼원계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쪽은 테슬라라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가 배터리 개발에까지 나서고 있는 점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과 합작으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 기술총괄을 맡았던 이차전지 전문가 박철완 서정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중국이 탄탄한 내수시장이 있는데다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며 “2025년까지 봤을 때 여전히 중국이 세계 1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테슬라가 전기차 분야에서 궤도에 올랐고, 합작사인 파나소닉은 배터리 기술력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평가하면서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개발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가 올해 출시되는데 이 제품이 앞으로 3~4년 안에 태풍의 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무역 장벽을 세울지 여부도 변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한다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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