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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석기의 과학풍경] 어느 봄날, 공룡이 멸종했다

등록 2022-03-01 18:04수정 2022-03-02 02:31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은 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네이처> 요슈아 크뉘페 제공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은 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네이처> 요슈아 크뉘페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설날을 전후한 2월 초에 봄이 시작된다는 절기인 입춘이 있지만, 달력이 바뀌어 3월이 돼야 정말 봄이 왔다는 실감이 든다.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던 생물들도 이 무렵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기에 3월 초 절기 이름도 경칩이다(올해는 5일).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저걸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증이 들게 하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6600만년 전 대멸종을 불러온 소행성 충돌이 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지구 생태계에 미친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중생대와 신생대를 나누고 있다. 이때 오늘날 조류의 조상 계열을 뺀 모든 공룡이 멸종했고 익룡도 사라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을 포함한 유럽의 공동 연구팀은 2017년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주의 지옥계곡 지층에서 발굴한 철갑상어 화석을 분석했다. 이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번성한 회귀성 어류로, 발굴된 지역은 당시 강어귀였다. 화석은 뼈 상태가 온전함에도 아가미 곳곳에는 작은 유리질 광물이 박혀 있어 엄청난 충격으로 순식간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철갑상어 뼈의 성장 패턴에 주목했다. 계절에 따라 뼈 성장 속도가 달라 나무의 나이테처럼 1년 주기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화석 철갑상어들은 잘 살다가 봄에 해당하는 시기에 다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들 철갑상어는 봄날 남쪽으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오늘날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충격파와 해일이 덮쳐 순식간에 몰살한 것이다. 충돌의 여파는 수천년에 걸쳐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고 화석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전체 생물종의 76%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일깨우는 봄에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는 사건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무분별한 활동의 부작용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결과다. 예를 들어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이나 새가 깨어나는 시기가 어긋나 둘 다 피해를 보는 계절 불일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 결과 종다양성이 급감하고 있다.

6600만년 전 대멸종이 엄청난 비극으로 보이지만 오늘날 지구 생태계가 놓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전체 생물종의 76%가 멸종하는 기록이 수천년까지 갈 것도 없이 수백년, 어쩌면 수십년 뒤에 깨질지도 모른다. 6600만년 전 대멸종을 강펀치 한대 맞고 다운된 뒤 일어난 것에 비유한다면, 지금의 우리는 잽을 계속 맞으며 조금씩 충격을 쌓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러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케이오(KO)패를 당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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