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러시아 노비초크에 당하다

등록 2022-03-03 19:16수정 2022-03-08 10:15

[나는 역사다] 율리야 스크리팔(1984~)

모스크바에서 런던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아버지와 동네 맛집에 갔다. 식사를 마친 뒤 율리야 스크리팔 부녀는 공원 벤치에서 발견되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은 채였다. 2018년 3월4일이었다.

독의 정체는 노비초크. 런던에 쫓아온 암살자들은 문손잡이에 독을 발라놓았고, 아버지와 딸은 집을 나서다 손에 독이 묻었다. 몇주 동안 사경을 헤매다 목숨을 건졌다. “그 사건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율리야 스크리팔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터뷰 사진을 보면 목에 큰 수술 자국이 남았다. 러시아에서도 영국에서도 마음놓고 살 수 없어 뉴질랜드에 살러 갔다는 말이 있다.

희생자는 더 있다. 스크리팔의 집을 조사한 영국 경찰 역시 노비초크에 중독되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사건 몇달 뒤, 노비초크를 담았던 분무기를 어느 영국인 부부가 주웠다. 무엇인지 모르고 호기심에 뿌려보았다가 남편은 죽다 살아나고 아내는 목숨을 잃었다. 노비초크는 그런 물질이다.

노비초크는 러시아에서 발명되었다. 아버지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의 정보장교였다. 영국에 정보를 넘기고 감옥에 갔다가 나중에 망명했다. 그런 사람이 쓰러졌으니 러시아 정부가 의심받을 만하다. 푸틴 정부는 얼마 전부터 사람을 죽일 때 요란한 방법을 썼다. 독살은 원래 조용한 암살 방법인데, 구하기도 힘든 물질을 보란 듯 사용하는 건 사람을 겁주려는 셈법 아닐까. 2006년에 리트비넨코를 죽일 때는 방사능 물질을 녹차에 넣었고, 2020년 나발니 독살 시도 때는 노비초크를 이용했다. 애먼 율리야 스크리팔까지 죽이려 들며 소란을 피웠다.

폐회로티브이(CCTV)를 뒤져 용의자 두 사람을 찾았다. 루슬란 보시로프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러시아 정보요원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2014년에 체코 프라하에도 다녀갔는데, 며칠 뒤 무기창고가 폭발해 체코 사람 둘이 죽었다. 이때 사라진 백수십톤의 무기는 우크라이나에 갈 예정이었다. 2015년에는 불가리아의 방산업체 사람이 독살당할 뻔한 일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려던 사람이었다. 푸틴 정부는 언제부터 전쟁을 준비했을까.

김태권 만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박래군씨, 왜 그렇게 사세요? 이름대로 살았습니다 1.

박래군씨, 왜 그렇게 사세요? 이름대로 살았습니다

[유레카] ‘평화누리자치도’로 더 멀어진 ‘라스트 마일’ 2.

[유레카] ‘평화누리자치도’로 더 멀어진 ‘라스트 마일’

‘섹스’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강석기의 과학풍경] 3.

‘섹스’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강석기의 과학풍경]

[사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가 민정수석이라니 4.

[사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가 민정수석이라니

[사설] 대통령 기자회견, 국정기조 변화없는 자화자찬 안돼 5.

[사설] 대통령 기자회견, 국정기조 변화없는 자화자찬 안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