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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대북 선제타격론, 안보 불안만 초래할 것

등록 2022-03-07 22:59수정 2022-03-07 23:15

박한식 |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나 진작에 용도 폐기된 ‘3축 체계’를 대북정책이랍시고 들고 나왔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망상이고 무식과 무지의 소치이다. 3축 체계의 복원과 강화는 안보를 든든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안보 불안만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선제타격 발언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민족적 합의에 대한 겁박이자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을 사지로 내몰수 있는 도발적인 망언이다. 또한 ‘3축 체계’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첫번째 축인 ‘킬체인'은 원래 미국에서 고안된 군사전략이다. 선전포고를 통해 행해지는 주권 국가간의 전쟁보다는 9.11 테러 이후에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전쟁에 특화되어 개발된 군사작전이다. 테러리스트를 악마화하고 악마는 제거하고 없애야 하는 대상이라는 미국의 사고 방식에 근거해 수립된 작전 계획이다. 악마를 죽이는 일에 있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정당화될 수 있으며 전쟁 윤리나 어떤한 도덕적 규범도 필요치 않다는 논리이다. 미국과 남한의 일부 세력들이 집요하게 추진해온 북한에 대한 악마화가 킬체인을 정당화 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을 테러리스트와 비견되는 악마로 규정함으로써 선제타격을 통해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의 군사시설을 무력화 시키고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이 정당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작전계획이다.

하지만 킬체인은 테러리스트도 아니며 엄연한 주권 국가인 북한에는 수행되어서는 안되는 불법적인 작전이다. 또한 북한 악마화도 미국이 자국의 현실적인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공한 허구에 불과하다. 미국은 북한을 악마화함으로써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강화하면서, 북한이라는 악으로부터 남한의 안위를 지켜준다는 명분을 들어 미군의 존재를 신성하게 만들어 놓았다.

선제타격은 실질적으로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전혀 없다. 북한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발전된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고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의 구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과 군사시설은 지하에 저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탄도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소요되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던 방식에서 즉시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로 진화되었다. 더 나아가서, 탄도 미사일이 고정 발사대가 아니라 어디서든 기습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될 수 있는 기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도 사실이다.

선제타격 전략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북한이 이미 어떤 외부 공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완벽한 대피 피난 체제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제타격의 대상이 어디에 은신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평양의 34㎞에 이르는 지하철 노선은 전쟁과 공습에 대비해 구축된 거대한 지하 대피시설이다. 서울의 지하철과 비교했을 때 평양 지하철은 지하 150~200미터 깊이에 건설되어 있어 전시 방공호로써 충분한 구실을 할 수 있다. 또한 평양 시내에는 도처에 크고 작은 방공호가 산재해 있고 평양 외곽에는 적지 않은 수의 탄광들이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 대피 시설로 개조되어 있다.

두번째 축은 사드 추가 배치를 포함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이다. 2축 또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역부족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중에서 미사일을 요격분해하는 전술은 현재 군사적인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선제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의 미사일이 아니다. 북한을 방문했을 때,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라는 소위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남한을 경악하게 했던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천만 인구가 집집마다 도시가스를 이용하고 있고 한 집 건너 한 집이 주유소인 서울은 고성능 무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원시적인 무기만으로도 불바다가 될 수 있는 화약고라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축인 대량응징보복은 대북한 군사 응징전략이다. ‘참수작전'을 포함한 지상군 투입이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대량응징보복은 전면전을 의미하며 남과 북의 동반자살 행위이다. 윤석열 후보가 목을 메는 미국이 북한에 지상군을 보내겠는가? 절대 아니다. 결국 무고한 남한의 젊은 생명들이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상황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전쟁을 선동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전쟁이 나면 죽는 사람은 남한 사람이다. 선제타격을 하고 3축인 대량응징보복을 통해 지상군 투입을 한다고 했을 때 윤석열 후보가 직접 총대를 메고 북한에 들어가지 않을 거면 전쟁을 선동하는 발언은 멈추어야 한다.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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