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20대 대선이 남긴 과제

등록 2022-03-13 16:35수정 2022-03-14 02:01

지난 11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내걸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사 펼침막.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내걸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사 펼침막. 연합뉴스

[기고] 고성원 | 메시지 컨설턴트

잔치가 끝났다. 청중의 환호 속에서 어퍼컷을 날리고 발차기를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이제 시험대 위에 서야 할 시간이 왔다. 진영의 굴레를 넘어 객관적인 현실에 비로소 마주서야 할 시간이다. 0.73%포인트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절반의 지지자가 자신을 지지했다는 사실보다 나머지 절반의 유권자는 자신을 반대했다는 사실에 더 깊이 성찰해야 할 시간이다. 끝내 아무에게도 투표하지 않고 중간지대에 남은 사람들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를 더 깊이 헤아려봐야 할 시간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 속에 치러진 이 선거가 이전의 선거들과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사회적 성찰의 과제를 모두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당선자와 낙선자가 다르지 않다.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부추기고, 거기에 편승해왔던 모두가 같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득표율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게 된 것인지 분명하게 되짚어봐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그저 동원된 청중에 지나지는 않았는지, 그 투표의 결정요인이 어떤 시대적 과제와 명분에 닿아 있었는지, 이 투표를 통해 후보들에게 투영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이제라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투표장으로 달려간다’는 여의도 속설처럼, 유권자들이 팽팽하게 갈라져 서로 상대 후보를 응징하려는 비장한 각오로 투표장에 달려간 결과라면 그다지 달가운 상황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투표치의 얼마만큼이 ‘참여도’가 아니라 ‘혐오도’로 채워져 있을지 알 수 없는 터라면, 그 극한의 대립 양상이 ‘선거 이후’ 이 자리에 무엇을 남기게 될지 우려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자 입장이라면, 이 대선의 기본틀을 형성해온 ‘정권교체지수’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도 분명하게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그 ‘교체’의 기본정서가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인지, 교체의 사회적 요구는 ‘정권을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 충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국면적인 수준의 변화나 전환이 아니라, 그 기저에 작동하고 있는 교체의 기본정서를 어떻게 충족해가는지 여부에 따라 정권의 향후 성패도 결정지어질 터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분열과 편가르기 상황에서 논리적 객관성과 확증편향에 오염된 진영논리 간 괴리를 확인한 중도집단, 집값 폭등과 고용절벽에서 사회경제적 불균형 구조와 구조적 불합리성을 경험한 청년세대를 정치적 외면과 이탈로부터 어떻게 다시 돌려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권적 소수에게 특권적 이익이 독점되는 반칙과 불공정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정당정치 위기를 자초한 정치패권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승자독식의 일방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소수자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정치적 의사소통의 통로를 열어놓는 정치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성을 부과하는 정치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가르기와 선동정치에 한눈이 팔려 어젠다를 설정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자기 철학의 토대 위에서 정책과 이념의 방향을 설정해가야 할 본연의 임무를 방기했던 정당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일이다. 그것이 이번 대선의 기저에 작동해온 ‘교체’의 기본정서일 터이다.

정치구조의 틀을 바꾸는 개헌, 정치적 소통구조를 활성화하는 연정과 협치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합리성을 제고하고, 양극화된 사회적 격차,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성찰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충족하고 부응하는가에 따라 ‘그 이후’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쪽이 먼저 기존의 관성이나 기득권을 내려놓을지 여부도 향후 정국의 주도권 향배를 결정할 주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대선이 어찌하여 ‘교체’의 사회적 요구와 ‘혐오’의 대중적 정서에 동시적으로 기반하고 있는 선거로 치러지게 됐는지 지금이라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재용 회장의 짝짝이 젓가락 [아침햇발] 1.

이재용 회장의 짝짝이 젓가락 [아침햇발]

[사설] ‘라인 사태’ 선 넘는 일본, 윤 정부 대일 ‘저자세 외교’ 탓은 아닌가 2.

[사설] ‘라인 사태’ 선 넘는 일본, 윤 정부 대일 ‘저자세 외교’ 탓은 아닌가

혐오에 꺾이는 학생인권조례 3.

혐오에 꺾이는 학생인권조례

[사설] ‘채 상병 특검’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 4.

[사설] ‘채 상병 특검’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

[사설] 박찬대 민주당 새 원내대표, 강성 지지층 아닌 전체 국민 뜻 우선해야 5.

[사설] 박찬대 민주당 새 원내대표, 강성 지지층 아닌 전체 국민 뜻 우선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