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전속력으로 핵개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전술핵 능력을 발전시켜왔는데, 이는 곧 한국에 핵공격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미국의 지속적 우려 대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지 다른 나라의 공격 억제용이 아니라고 본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북한이 한반도 점령을 위한 핵무기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설득력은 떨어지는 얘기다. 북한 정권은 자기 영토 통제조차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훨씬 약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다 당혹스러운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데, 북한이 더 강한 한국을 침공해 통제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 핵무기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군에 직접 맞서는 것을 주저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크렘린에 어떤 실질적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북한의 핵무기 규모나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고려하면, 북한은 한반도 전체 장악이라는 터무니없는 시도를 위해 핵 위협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남한이나 미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은 엄청난 보복을 초래한다는 것을, 사실상 자살행위란 것을 잘 안다.
사실 북한이 가하는 가장 중대한 위협은 핵이 아니라, 철저한 고립이다. 북한은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모두 폐쇄했다. 고립이야말로 북한에 걸맞다고 할지 모르겠다. 북한은 러시아처럼 세계가 필요한 석유, 가스, 무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함께 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만의 모래상자 안에서 방해받지 않게 놔둬야 한다.
하지만 고립은 북한에만 위험한 게 아니다. 북한은 300만회 분량의 시노백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제공을 거부할 정도로 철저히 고립된 상태다. 미접종 인구 2500만명은 코로나 확산뿐 아니라 변이 발생에 큰 기회가 된다. 강력한 변이가 발생하면 북한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새 변이는 세계적으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북한이 원한다고 알려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수천만회분을 공급하면 의도하지 않는 생물학무기(새 변이)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고립은 다른 이유 때문에도 위험하다. 경제적 고립은 암시장 전략을 추구하게 했다. 북한은 필로폰 등 마약 생산에 연루돼 있고,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든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돌았다. 세계적 수준의 해커들은 사이버 협박과 암호화폐 조작에 가담해왔다. 문화적 고립은 정부의 사회 통제를 쉽게 만든다. 고립은 주민들의 사회적 원자화를 강화해, 정부 영향권에서 벗어난 시민사회의 발전을 더 어렵게 만든다.
북한 정부는 이런 고립과 관련해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경제적 바이러스라고 여기는 것에 노출되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높은 장벽 뒤에서는 강성대국이라는 목표 성취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중국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의 낮은 품질과 중국이 이를 무기로 언젠가는 자신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현재와 같은 높은 무역의존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본다. 요점은 북한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조건으로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보통 외부 세계는 북한을 중간쯤에서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제재는 북한과의 진지한 경제적 관계 형성을 차단한다. 적대적 언사는 정치적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다. 팬데믹 시기라 문화적 관계조차 고려되지 않는다.
북한의 고립을 강화하는 이런 노력들은 비생산적이다. 외부 세계가 매우 해롭다고 여기는 행동을 더 하도록 몰아넣을 뿐이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코로나 백신 및 인도적 원조 문제와 관련해 북한 국경 훨씬 너머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재앙의 조건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