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최근 몇달 사이,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발생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두 거대 도시 중 한곳은 거의 두달 동안 전체 도시가 봉쇄됐고, 한곳은 통제의 경계에 있다. 특히 상하이는 과거 2년 동안 ‘도자기 가게에서 쥐를 잡듯’ 방역과 경제, 주민 생활을 모두 고려한 방역 정책으로 유명했으며, 중국 도시 방역의 모범으로 꼽혔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에서 의료 자원이 가장 우수하고 행정력이 풍부하고 주민 통제가 잘 이뤄지는 상하이에서 최근 거칠고 상식을 벗어난 방역난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주민들이 물품을 사재기하고 베이징대 학생들이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각지에서 강력한 봉쇄와 통제가 이뤄지는 것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동태적 칭링) 정책 때문이다. 이 정책은 이전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점종이 된 상황에서는 엄청난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중국 정부에 있어 ‘제로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의 문제는 공공 위생의 문제가 아닌 서방 가치관이나 서방 제도와의 싸움이 돼버렸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이 전염병 통제에 성공하고 서방, 특히 미국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을 때, 중국은 안팎으로 자신들의 제도가 우월하며 ‘동양이 뜨고 서양이 진다’는 동승서강이 실현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제로 코로나’는 곧 중국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고, 이때부터 중국은 내려오기 힘든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됐다.
만약 지금 중국이 갑자기 제로 코로나를 포기한다면, 지금껏 선전해온 제도의 우월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올가을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정치적 임무가 돼버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고, 우리 방역 정책을 왜곡하고 의심하고 부정하는 모든 언행과 단호히 투쟁할 것”을 다시 강조한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산 백신의 낮은 효과 때문이다. 홍콩은 올 2월 코로나19가 대유행해 중증 환자가 크게 늘었는데, 이는 중국 제약사 시노백과 시노팜이 만든 코로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들이 대부분 자국산 백신을 맞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염병이 확산하고 대량의 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 중국 공산당의 위신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중국 당국은 자국산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나 단백질 재조합 백신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지만, 진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상하이가 화이자 백신을 수입한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산발적인 충돌과 항의가 있었지만 곧 진정됐으며 사회 안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상하이 봉쇄 기간 민중들의 생필품 조달에 진정으로 협조한 것은 정부가 아닌 민중의 자발적인 공동구매단이었다. 과거 지역의 활력소였던 사회 조직은 시진핑 시대에 철저히 억압돼 이번 사태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민들은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정부의 부작용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최근 방역 정책이 주민들에게 미친 진정한 영향은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를 낮춘 것이다. 정부는 상하이를 봉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봉쇄했고, 4월 초에 봉쇄를 풀겠다고 했지만 두달 가까이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물품 사재기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이를 믿은 사람들은 큰 곤란을 겪었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많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인권을 희생하면서도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면 정부에 대한 의구심과 시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된 사회 통제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 영향은 오래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