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물결이 2020년 12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집회 도구로 학대한 경남어류양식협회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제공
[편집국에서] 박현철 | 콘텐츠기획부장
동물을 학대하는 게 범죄라는 사실을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동물은 무엇이고, 학대란 무엇일까?
사전에서 동물이란 식물과 함께 생물계 두 갈래 가운데 하나다. 또한 사람을 제외한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여기엔 우리 곁의 개, 고양이부터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소, 닭, 돼지가 포함된다. 전체 동물의 80%를 차지하는 곤충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곤충 학대도 범죄일까? 적어도 법적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우리 동물보호법의 보호 대상에 곤충은 없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이 보호하는 동물은 척추동물 중 ①포유류 ②조류 ③‘식용 목적이 아닌’ 파충류·양서류·어류다.
문제는 ③이다. ‘식용 목적이면 학대해도 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동물보호법이 왜 존재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겠지만, 걱정했던 일이 최근 일어났다.
2020년 11월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서울 여의도에서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활어차가 동원됐고, 협회 회원들은 살아 있는 방어와 참돔을 아스팔트 바닥에 내던졌다. 일본산 활어들은 길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숨이 차 죽어갔다. 국산 활어는 비닐봉지에 담아 행인들에게 건넸다.
동물해방물결이 경남어류양식협회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집회 현장에서 죽어간 방어와 참돔은 ‘식용’으로 이용된 게 아니고, 따라서 협회 회원들은 동물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한 경찰도 같은 판단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면죄부’는 검찰이 발행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0일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원을 불기소 결정했다. “식용 목적으로 관리, 사육되던 어류라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식용 목적의 ‘행위’가 아닌 이상 학대에 해당한다는 동물단체·경찰과 달리, 검찰은 ‘출신’이 식용이라면 학대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상은 했다. 2020년 6월 검찰은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에서 이뤄지는 맨손잡기 등의 행위를 두고 ‘식용 목적의 행사라 동물학대가 아니다’라며 불기소한 적이 있다. ‘목적’이 식용이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다른 결론은 없었을까.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 보호 대상에 파충류·양서류·어류가 포함된 건 2008년이다. 그해 1월부터 새로 시행된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의 정의에 처음으로 ‘척추동물’이 포함됐다. 물살이(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학계 다수 의견으로 자리 잡아가던 때였다. 같은 시기 노르웨이는 양식 연어를 도살하기 전 먼저 전기충격을 주거나 때려서 기절시키도록 했다.
법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류 양식업자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었다. 1000만명에 가깝다는 낚시꾼들도 단속 1순위가 돼야 했다. 그래서 단서가 붙었다. 파충류·양서류·어류는 “농림부 장관이 협의를 거쳐 정한(것만 보호한)다”고 했다가(2008년), “식용 목적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2014년)로 바뀌었다.
식용 목적은 제외한다는 단서의 취지는 2014년 김영록 의원 등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보호 대상을 ‘모든 척추동물’로 확대하는 파격이었지만 폐기됐다)을 검토한 국회 전문위원 보고서에서 엿볼 수 있다. “동물의 범위는, 벌칙 적용의 적정성과 단속의 실효성, 사회적 통념 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살아 있는 해산물을 즐기는 우리의 식문화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식용 과정에서 발생한 학대(살생)엔 죄를 묻지 말자’는 법의 취지는, 검찰을 거치며 ‘식용이(었다)면 학대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로 바뀌었다.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식용으로 사육되다 어떤 이유로 살아남은 물살이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거나 굶기거나 질병을 방치했을 때(동물보호법 ‘동물학대’의 정의다) 이는 동물보호법 위반인가 아닌가. 그 물살이가 이제는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었다면 위반인가 아닌가. 그럴 때마다 학대받은 동물의 ‘출신’을 따져야 할까. 아니면 “이 물고기 앞으로 드실 건가요? 안 드실 건가요?”라고 물어서 판단해야 할까? 이런 것 따져서 면죄부를 주라고 만든 게 동물보호법이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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