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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화재 환수 대응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06-02-23 18:28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발언대
2005년 4월25일 세계 문화유산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937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쪽에 빼앗긴 에티오피아 고대 악숨 왕국의 오벨리스크가 67년 만에 반환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집트는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은 문화 사대주의 번역이다)에 있는 로제타석을 돌려달라고 했고, 페루도 마추비추 유물을 미국 대학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탈리아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불법매입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약탈 문화재 반환사례를 보면, 1953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그린란드는 84년부터 2001년까지 3만5천여점의 문화재를 돌려받았다. 2차대전 후 독일은 43년 ‘런던 선언문’ 규정에 따라 강제로 약탈된 문화재와 원산국의 수출법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유출된 문화재까지 반환에 포함했다.

2002년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의 한국 담당 학예관 피에르 캄봉은 경기도의 한 발표장에서 필자와의 공개 질의를 통해 외규장각 고서에 대해 당시 프랑스 제국주의 시절의 약탈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가 제국주의 시절에 약소국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를 ‘보편주의’ 관점에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프랑스에 둬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또 ‘문화재 귀화주의’를 주장하며 이미 수십년이 지났기 때문에 귀화 문화재로 봐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아시아·아프리카 나라는 문화재 관리 능력이 없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문화 보편주의는 문화 민주주의와 문화 다양성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 문화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보편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으며, 강제로 약탈한 것은 귀화될 수 없다. 한국도 각종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다. 오히려 국립도서관 관장이 우리의 옛 고문서를 불법으로 팔다가 적발된 문화 후진국이 오늘날의 프랑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재 반환정책 역시 연구·조사 예산 및 인력 부족과 전문성 없는 정치인들의 정략적 접근으로 안일하게 국제협상을 진행해 부작용만 양산하게 됐다. 대외협상 전문가가 부족하며, 국제 교류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고, 국제협약 가입에도 능동적이지 못했다. 전문가인 학자들도 자기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했을 뿐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정책 개발에 안이하게 대처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국제 회의·포럼에 한국 상황을 알리는 홍보 전략이 부재했던 것도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국제법, 문화재 관계법의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과 외교관, 시민단체들의 유기적인 조직이나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공유의 틀을 다질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 쪽의 여러 협상 경로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또한 국수적·민족적 에고이즘에 기초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문화재의 여러 측면에서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지어주되 한국의 전문가들에게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활용을 염두에 둔 발상의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약탈당한 문화재가 많은 나라(이집트·인도·중국·베트남·멕시코·에티오피아)들과 연대한 공동대응과 반환 성공사례 발표회를 개최하고 ‘문화 재반환 요구 국제기구’를 우리가 주창하고 관련 기구도 유치해야 한다. 유네스코나 국제기념물유적협회, 세계박물관협회 등을 통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반환 요구 실무진도 외교부가 아니라 문화재청이나 관련 전문가가 주축이 되고 외교부는 지원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

황평우/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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