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2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4자 안보협력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조 바이든이 첫 아시아 방문을 마쳤다. 한국의 윤석열 신임 대통령을 만나 한-미 동맹을 강화했다. 도쿄에서는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와 결성한 쿼드에 활력을 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에서 철수한 이후 아시아 경제에 미국을 다시 끼워 넣으려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띄웠다. 순방의 초점은 한 가지였다. 중국, 중국, 중국.
한-미 동맹 강화는 베이징에는 문재인 정부와의 협조적 시대는 끝났다는 신호다. 쿼드 정상회의는 아시아 연안에서 항구와 군사기지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맞서는 전략의 일환이다.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는 중국과 이웃나라들의 경제적 관계를 뒤로 돌리려는 뜻을 지녔다.
중국이 미국의 이익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본다면 이런 움직임들은 아주 타당하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두려움은 맹목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라이벌 강국 억제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모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 밀착하면 러시아를 더 고립시킬 수 있고, 세계 경제를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다.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트럼프 시대에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관세 인하로 1년 안에 인플레이션을 1%포인트는 낮출 수 있다. 이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지정학적 모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더욱 대담한 수를 둘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1970년대에 닉슨과 헨리 키신저는 중국의 개방을 추진했다. 그때 중국은 여전히 살인적인 문화혁명을 겪고 있었고, 늙은 지도자 마오쩌둥은 갈수록 더 변덕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닉슨과 키신저는 중국과 소련이라는 두 공산주의 강대국을 이간질할 기회를 봤다. 또 키신저는 군축 협상에서 소련이 보다 타협적으로 나오도록 압력을 가하기를 원했다. 도박은 완벽하게 통했다. 미국은 1970년대 말까지 소련과 데탕트 협상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 문화혁명에서 빠져나와 외부 세계와 실용적으로 교류하도록 도왔다.
미국은 지금 중국이 너무 성공적이라는 데 화가 나 있다. 베이징은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남중국해 이웃들과 대만을 위협하며, 태평양 지역 제일 강국인 미국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다시 문호를 개방해야 할 매우 좋은 이유들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화석연료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중·러는 자유선거와 표현의 자유 같은 자유주의적 교리에 대한 불신을 공유한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중·러는 반서구 동맹의 기초를 만들 것이다. 그런 동맹이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다. 크렘린은 중국의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구상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같은 이웃나라 주권을 침해하는 방식에 크게 놀랐다. 러시아는 서구와의 화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서구와의 경제 관계를 대체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크렘린이 약속하는 것과는 다른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것이다. 미·중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더러운 에너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시대를 이끌 수 있다.
바이든이 워싱턴의 대외정책 컨센서스를 등지고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버튼을 누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까? 바이든은 대선 후보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외톨이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바이든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언론인을 살해하고 예멘 내전에서 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리야드를 방문할 계획이다. 화해의 이유는 매우 단순한데, 미국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우디가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리야드의 암살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바이든은 훨씬 큰 이익과 훨씬 이로운 평화의 전망을 위해 베이징과도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