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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은 또 살아남을까

등록 2022-06-06 18:22수정 2022-06-07 02:40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둔 지난 4월10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를 찾은 유가족과 참배객들이 추모행사를 마친뒤 세월호를 둘러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둔 지난 4월10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를 찾은 유가족과 참배객들이 추모행사를 마친뒤 세월호를 둘러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편집국에서] 정은주 | 콘텐츠총괄

세월호 진상규명이 또다시 갈림길에 섰습니다.

오는 10일 활동을 마무리하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전원위원회(위원장 문호승)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한 진상규명국(조사국)과 조사결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조사결과보고서는 “세월호 운항 중 외력이 가해져 핀안정기(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가 과회전됐다”는 이른바 ‘외력설’(잠수함 충돌설)을 담고 있습니다.

사참위 전원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문호승·문현웅·황필규·이민·이재원)은 최종보고서에 ‘외력 충돌은 가능성이 없거나 작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강기탁 위원과 조사국은 ‘외력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쓰겠다고 맞섭니다.

비슷한 장면을 4년 전, 저는 목격했습니다. 2018년 7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두가지 종합보고서를 내기로 결정하던 때 말입니다. 당시 종합보고서 외부 집필진으로 참여했는데, 대부분의 조사결과보고서가 활동 종료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도 의결되지 않았습니다.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6명이 3(김창준·김영모·김철승) 대 3(권영빈·이동권·장범선)으로 나뉘어 “무능” “거짓말” 등 생채기가 남는 말들을 퍼부으며 싸우기만 했습니다.

종합보고서 초안이 발표되고도 위원들은 계속 다투더니 결국 장범선 위원(서울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 제안으로 “깔끔하게 두개를 나눠서 분리해서 쓰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낮은 복원성과 기계 고장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열린 안’이 그것입니다. 다른 문장보다 같은 문장이 많은데도 하나의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국가조사기관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종합보고서를 처음 낸다는 사실에 저는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어정쩡한 봉합은 2018년 12월 출범한 사참위 조사국이 외력설을 집중 조사하는 빌미가 돼버렸습니다. 선조위가 해결하지 못한 쟁점을 해결하겠다며 지난 3년간 내인설 근거를 없애고 외력 가능성을 입증하는 용역들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세월호 침몰 원인이 “솔레노이드 밸브(유압조절장치) 고착(고장)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난 5월에는 “외력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쓴 조사결과보고서를 각각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정적입니다. 사참위의 침몰 원인 조사결과보고서를 검토한 대한조선학회는 외력, 특히 잠수함 충돌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부실한 가설, 비과학적 조사방법, 비합리적 추론 등을 그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열린 안’에 서명했던 장범선 교수조차 대한조선학회 자문단으로 참석해 “잠수함 충돌은 과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조위에 이어 사참위에서도 세월호 모형 실험을 진행한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은 ‘복원성 부족’과 ‘화물 이동’ 등을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꼽으며 잠수함 충돌설을 기각했습니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이 아니더라도 배의 복원성이 나빠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결론은 변함이 없답니다.

5월26일 사참위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외력’과 연관된 서술을 삭제하거나 고치도록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조사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결과를 최종보고서에 넣으려면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도 다수 위원들의 거듭되는 수정 요구에 조사관들이 버티는 모양새입니다.

그 어떤 사고 조사도 100% 확실한 원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못 밝혀낸 부분이 있더라도 그 한계를 인정하며 최대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면 의혹 또한 해소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조사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이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교훈도, 법·제도의 변화도 생겨납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선조위를 거쳐 사참위까지 8년간 진상규명이 진행됐는데도 세월호 참사는 ‘더 조사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사참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결론 내는 전원위원회를 7일 엽니다. 한걸음 나아가는 ‘역사적 선택’이 이번에는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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