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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석기의 과학풍경] 에너지 식량 위기, 인공광합성이 구원투수 될까

등록 2022-07-05 18:39수정 2022-07-06 02:07

최근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은 태양에너지 전기분해를 기반으로 아세테이트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장치를 만들어 효모와 버섯, 녹조류, 농작물 등 여러 생물에 공급해 키우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공광합성-생물 시스템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4%로 기존 농작물의 1%보다 훨씬 높다. <네이처 푸드> 제공
최근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은 태양에너지 전기분해를 기반으로 아세테이트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장치를 만들어 효모와 버섯, 녹조류, 농작물 등 여러 생물에 공급해 키우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공광합성-생물 시스템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4%로 기존 농작물의 1%보다 훨씬 높다. <네이처 푸드>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의 수출을 막으면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밀과 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가 봉쇄되면서 곡물값이 치솟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로 최근 작황이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득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태양에서 지구로 전해지는 에너지는 12만테라와트(테라는 10의 12제곱)로 인류가 쓰는 에너지 20테라와트의 수천배에 이른다. 이 엄청난 에너지의 거의 전부가 대기 또는 지표면에서 반사돼 우주로 흩어진다. 그나마 지구의 미생물과 식물이 광합성으로 극히 일부를 꿴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지난 수십년 사이 인류도 태양광 발전 장치를 발명해 자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태양에너지로 전기가 아니라 물질을 만드는 ‘인공광합성’ 연구가 활발하다. 자연의 광합성이 빛과 물, 이산화탄소에서 포도당을 만드는 것이라면 인공광합성은 적용한 방식에 따라 수소, 메탄올 등 여러 물질을 합성한다. 이 가운데 수소를 만드는 공정은 상업화 설비를 짓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엄밀히 말해서 인공광합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빛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물처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여 좀 더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과정이 더해져야 진정한 광합성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렇게 해서 메탄올 등 몇가지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어 석유 같은 기존 연료를 대신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인공광합성으로 인류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건 상상 속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이 인공광합성과 생물을 연결해 에너지효율이 높은 식량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 6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효율이 뛰어난 촉매를 개발해 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아세테이트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만들었다. 탄소원자 2개로 이뤄진 아세테이트는 생물체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쓰인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만든 아세테이트를 녹조류, 효모, 버섯, 상추, 벼, 유채, 토마토 등 다양한 생물에 공급했다. 이들은 흡수한 아세테이트를 에너지원으로 쓸 뿐 아니라 아미노산과 당 등 여러 생체분자로 바꿔 성장하고 증식했다. 그 결과 심지어 빛이 없는 조건에서도 잘 자랐다.

인공광합성과 생물을 결합한 시스템의 태양에너지 변환 효율은 4%에 이르렀다. 태양에너지의 4%가 생체량을 늘리는 데 쓰인 것이다. 이는 농작물 광합성의 에너지 변환 효율 1%의 네배다. 빛에너지로 물분자를 쪼개고 이산화탄소로 간단한 분자를 만드는 과정까지는 인공광합성의 효율이 더 높다는 말이다.

품종 개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경작지를 늘리기도 어려운 시점에서 이번 시도는 식량 증산을 향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식물공장’에서 이렇게 생산한 농산물을 선뜻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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