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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5년 뒤 예정된 ‘국방부 강제 이전’ 수사 [편집국에서]

등록 2022-08-03 19:26수정 2022-08-04 02:4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김남일 | 사회부장

백악관 웨스트윙처럼 참모들과 소통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더니, 정작 소통은 여의도 윤핵관과 텔레그램으로 한다는 것이 들통났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자기가 아는 한” 대통령이 당무를 언급하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복날에 버펄로윙 뜯는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자신이 윤핵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치는 사고를 무턱대고 감싸기 전에 자신이 권력의 어느 자리쯤에 있는지 먼저 돌아볼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직후 대통령실은 “일희일비 않겠다”고 했다. 지지율은 대통령의 조증과 울증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다. 50%대에 겨우 턱걸이하다가 집권 80여일 만에 힘이 풀리며 두 발이 바닥에 닿은 이유를 찾는 게 먼저다. 배치기를 해서라도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할 때인데 추가 하락 소재가 차고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 등을 두드리며 친분을 과시했던 건진 법사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대통령 부인과 연관된 업체들이 나랏돈을 쉽게 타먹는 일이 반복된다. 김건희 여사 공모 여부가 쟁점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모자의 아들이 버젓이 대통령 취임식에 브이아이피로 초청되는 초현실이다. 3개월차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20%대 지지율 고착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하는 걸 그만 멈추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국민만 바라보겠다”며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을 때 했던 말을 반복한다. 눈치가 이렇게 없다. 싫다는데 자꾸 보면 정들기 전에 싸움부터 나는 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보고 있자니 문재인 정부가 누렸던 야당 복을 윤석열 정부도 제대로 누릴 것 같다. 다만 낙제 수준 정치 문해력을 보이는 검찰 정권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의 좁쌀 식견은 여전히 검사 시절에 머문다. 인생에서 수사가 제일 쉬웠을 대통령이 다들 까불지 말라며 플렉스할 수 있는 건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앞세울 때뿐이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푹 쉬며 많이 자고 있다”는 서울 서초동 집 바로 옆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대를 멘 북한 선원 북송 사건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가정보원, 통일부, 법무부, 검찰이 한달 넘게 전 정권의 위선을 떠들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경제·방역·안보·인구·기후 위기가 동시에 밀려왔는데 몇년 전 북한 흉악범이 왜 국정 최우선 순위를 차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가 절실하다. 이 사안을 남북관계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법적·제도적 공백을 해결하는 생산적 논의로 발전시킬 수도 있었다. 검찰 정권은 그 공백을 검찰 수사라는 안일한 방식으로 메우기로 결정했다. 고도의 정치영역인 남북관계마저 서초동에 앉은 검사가 규율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검찰은 이미 ‘북한 흉악범 강제 북송’ 관련자들을 처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신 16구가 없더라도 2019년 당시 과학수사를 통해 충분히 국내 법정에 세워 유죄를 받아낼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자신한다. 궁금하다. 그런 능력의 검찰이 우리 국민이자 사람 한명 죽이지 않은 유우성씨에 대한 국정원의 어설픈 간첩 조작은 왜 걸러내지 못했을까. 검찰은 왜 간첩 조작 피해자인 유씨를 보복 기소하는 인권침해를 저질렀을까. 윤 대통령은 간첩 조작에 연루됐던 전직 검사를 대통령실에 중용했다. 한 장관은 보복 기소를 지휘한 현직 검사를 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선택적 수사와 기소가 몸에 밴 검찰 정권에겐 자유와 인권도 선택적이다.

가령 5년 뒤 들어선 새 정권이 대통령직인수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국방부 강제 이전’이라는 딱지를 붙여 관련자들을 고발한다고 치자. 국방부 내부에선 이전 비용을 축소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공식·비공식 보고가 묵살·삭제됐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군인들이 화급히 기밀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될지 모른다. 물론 검찰은 죄가 된다며 수사할 것이다. 바닥 지지율에도 멈출 줄을 모르면 윤석열 정부가 그대로 당할 일이다. 가관이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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