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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베 정치의 종말과 전후의 행방

등록 2022-08-07 18:00수정 2022-08-08 02:3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부 장례식을 올가을 국장(國葬)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부 장례식을 올가을 국장(國葬)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EPA 연합뉴스

[세계의 창] 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7월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는 몇 가지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한다. 첫째는 1989년(냉전이 종식된 해로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가 끝난 시기)의 참의원 선거에서 시작된 정치개혁과 정당재편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다. 1990년 전후에 잇따라 터진 자민당 정권의 대규모 부패 사건은 정치개혁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이후 냉전 이후의 국가노선, 거품경제 붕괴, 인구감소 사회로의 이행 등 거대한 정책 과제에 부응하기 위한 정당 정치를 요구하는 도전이 이어졌다.

그 결과 2009년 정권교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이 붕괴한 뒤 자민당에 도전하는 작업은 혼선을 거듭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야권 안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은 정당이 여럿 나타나면서 일본의 정치는 ‘걸리버와 소인들’과 같은 상황에 빠졌다.

두번째는 전후 이어져온 평화주의의 종말이다. 평화 국가의 상징인 헌법 9조에 대해 보수세력은 이전부터 개정을 주장해왔다. 과거 사회당(지금의 사회민주당)이 중심이 돼 헌법 수호를 주장했고, 이 세력은 항상 국회에서 3분의 1 정도를 유지해왔다.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뿐만 아니라 일부 야당도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른바 ‘개헌 세력’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헌법 수호에 앞장섰던 사민당은 비례대표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위기 속에서 방위력 강화와 미-일 군사동맹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압도적 다수가 됐다.

셋째는 아베 정치의 종말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운동 중에 총격으로 숨진 사건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중에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가능하도록 안보법을 통과시켰다. 퇴임 뒤에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방위정책을 주장하며 자민당에서 큰 영향을 끼쳐왔다. 앞서 지적했듯이 전후 평화주의는 무너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평화주의를 끝장내려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개헌의 추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아베 전 총리 죽음의 배경인 통일교와 보수 정치인의 강한 유착은 일본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용의자는 어머니가 통일교에 재산을 헌납해 가정이 엉망이 됐고 자신의 인생도 파괴됐다며 이 교단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통일교가 일본에 진출할 때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지원한 것, 일본인 신자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걷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점, 자민당의 정치인들이 통일교 신자의 지원을 받았던 일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많은 일본 여성이 세뇌를 당해 통일교에 가입하고 합동결혼식에서 알지도 못하는 남성과 결혼해 행방불명이 되는 것은 납치사건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다. 이런 언론 보도는 30년 전부터 있었지만 많은 정치인이 그것을 무시하고 통일교를 이용하고 또 이용당했다. 정치인의 통일교 범죄 활동 가담에 대해서는 이 기회에 전모를 밝혀야 한다.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의 ‘1강’ 체제는 한층 강화됐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자민당 내 권력 균형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베 전 총리가 열망했던 개헌에는 어려움이 생겼다. 개헌파 정치인 중에 통일교와 가까운 사람들이 많다. 인권침해를 거듭해온 통일교를 위해 사실상 선전 활동에 나선 정치인들이 개헌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의가 당연히 나올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직후 국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또 통일교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국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에게 있어 자민당의 과거 나쁜 고름을 짜내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향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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