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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고’는 윤 대통령이 쳤다, 교육장관 인사 참사

등록 2022-08-08 18:49수정 2022-08-09 17:18

교육철학 없는 대통령이, 도덕성과 전문성 없는 장관에게 아이들을 덜컥 맡겼다. 취임 100일도 안 돼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세번이나 지명하게 된 ‘인사 사고’는 누구 탓도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편집국에서] 전정윤 사회정책부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4일 임명되고 35일 만인 8일 결국 사퇴했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과 외고 폐지 등 학제 개편 졸속 추진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게 한 책임’을 물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조만간 10%대로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금, 대형 사고를 친 부총리라도 바꿔 쇄신 의지를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부총리 하나 경질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되고, 정권 출범 100일도 안 돼 벌써 세번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박 부총리가 추진하려던 학제 개편안은 두쪽으로 갈라진 여론 지형에서 ‘만 5살 조기취학 반대’로 국민 대통합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에 따르면, 교직원·학생·학부모 등 13만1070명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만 5살 취학에 반대했다고 한다. 일개 공무원도 아닌 사회부총리 겸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로드맵까지 제시하고, 대통령이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향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정책이었다. 부총리와 대통령 사이에 ‘합의’된 정책이 국민 상식과 정서에 완전히 반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정책을 조금이라도 다뤄본 사람이라면, 조기취학 같은 학제 개편이 애드벌룬 한번 안 띄워보고 막 던질 정책은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학제 개편은 고사하고, 교육과정 개편으로 과목별 수업 시수를 한시간 넣고 뺄 때도 교육계는 전쟁터가 된다.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건드리는 학제 개편을 아무런 예고도 대책도 없이 발표한 것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도 과찬인 사고다. 더욱이 어느 정치인도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인 학부모들까지 용산으로 쫓아갈 ‘뜨거운 감자’였다. 보수든 진보든 교육정책에 섣불리 손댔다가는 크게 덴다는 것 정도는 교육계의 불문율이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줄 알면서도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학제 개편 논란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결정권자들이 교육을 모를뿐더러, 기본적인 수준의 정무감각도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셈이다. 우선 윤 대통령 자신이 교육 관련 경력이 없는데다 자녀 교육 경험도 없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복지전문가다. 교육부 공무원 출신 권성연 교육비서관이 있지만, ‘구중궁궐’에서 목소리를 내기엔 중량감이 떨어진다. 국무조정실에서 온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였던 박 부총리도 교육을 모른다. 대통령실이 교육정책을 틀어쥐고 갈 전문성이 없는데, 교육부 장차관마저 비전문가를 앉힌 것이다. 그래놓고 수도권 대학 반도체 인력 양성, 입직 연령 하향조정을 위한 만 5살 조기입학 등으로 교육부를 마치 경제부처 소속 국실이라도 되는 양 제멋대로 휘둘렀다.

사실 박 부총리가 만취 음주운전, 논문 연구부정, 조교 갑질, 자녀 생활기록부 조작 의혹에 학제 개편 사고까지 치며 정신을 쏙 빼놔서 잠시 잊었을 뿐, 불과 석달 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있었다. 김 후보자는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 제자 논문 짜깁기,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 등이 불거져 지명 20일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교육부 ‘민원인’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출신에, 교육부 징계 처분과 한국외대 총장 시절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전력까지 있는 인사였다. 애초 교육부 장관으로 함량 미달이었는데, 지명을 강행했다가 사달이 났다.

결국 만 5살 조기취학이나 외고 폐지 추진 발표와 백지화 사태, 나아가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돼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세번이나 지명하게 된 ‘인사 사고’는 누구 탓도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다. 교육철학이 없는 대통령이, 전문성과 도덕성 없는 장관에게 교육정책을 덜컥 맡겼다 초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8일 오전 인적 쇄신과 관련해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 점검하고 살피겠다”고 말했다. 세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부디, 국민 관점에서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해주길 바란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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