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수전 헨드릭슨(1949~)
수전 헨드릭슨이 티라노사우루스의 뼈를 발견했다. 헨드릭슨은 수라고 불리는 걸 좋아한다.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도 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수가 수를 만난 날이 1990년 8월12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황야를 달리다 낡은 트럭이 멈춰 섰다. ‘옛 남친’ 라슨이 근처 마을로 타이어를 구하러 떠난 사이 헨드릭슨은 근처 절벽 두길 높이에서 큼직한 등뼈와 넙다리뼈를 찾아냈다. 우연한 발견처럼 보이지만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화석탐사대였고 헨드릭슨은 두주 전부터 이 절벽을 점찍은 터다. “정말 더운 여름날이었다. 온도가 섭씨 46도를 넘었다. 그늘 하나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오에도 (발굴)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헨드릭슨은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티라노사우루스일 리 없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나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견하는 건 아니니까.” 헨드릭슨의 회고다.
그가 발견한 화석이 왜 대단한가?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드물다. 수처럼 온몸이 발견되는 일은 더욱 드물었다. “수는 몸길이가 시내버스 한대와 비슷하다. 골격은 약 90%나 보존됐는데 지금까지 발견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화석 중 보존율이 가장 높다. 과학자들은 수를 통해 티라노사우루스가 최대 9톤까지 성장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으며, 이들이 30살 무렵까지 산다는 것도 알았다.” 공룡을 연구하는 박진영 박사의 설명이다.
수를 발견한 헨드릭슨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헨드릭슨은 사람들이 당연히 자신이 박사학위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흥미롭다고 말한 적 있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혼자 힘으로 공부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과학저술가 존 멀론의 말이다. 헨드릭슨은 고등학교에 다니다 말고 가출해 미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다이버가 돼 수족관과 박물관에서 일하다 고생물학에 눈떴다.
박진영 박사는 말한다. “수전 헨드릭슨은 한때 잠수부이자 어부였으며 시간이 날 때는 화석 발굴 현장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이는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도 훌륭한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