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처럼 몇몇 딱정벌레류의 성체가 생물발광을 하는 능력은 약 1억년 전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왼쪽). 2020년 식물 게놈에 버섯의 생물발광 관련 유전자 4개를 넣어 스스로 빛을 내는 식물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꽃에서 빛이 강하다. 위키피디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27일부터 전북 무주에서 반딧불축제가 열리고 있다. 9월 4일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두해를 건너뛰고 3년 만에 열려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꽃이 피는 식물을 주제로 한 지역축제는 많지만, 곤충은 나비(전남 함평)와 반딧불이뿐인 것 같다. 낮에 보면 평범한 딱정벌레 종류인 반딧불이는 꼬리 부분에서 노란빛을 내는 덕분에 밤을 수놓으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딧불이처럼 생물이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현상을 ‘생물발광’이라고 부른다. 루시페린이라고 부르는 분자가 생체촉매인 효소(루시페라아제)의 작용으로 산소와 반응해 생겨난 불안정한 분자가 안정한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육상동물 가운데 스스로 빛을 내는 건 반딧불이가 포함된 딱정벌레 일부(방아벌레상과)와 몇몇 노래기에 국한돼 있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이유는 짝짓기와 관련 있다. 암컷은 캄캄한 밤에 노란빛을 깜빡이는 수컷을 보고 다가간다. 반딧불이는 종에 따라 불빛을 깜빡이는 패턴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해석해 암컷은 자기 종 수컷을 알아볼 수 있다. 반딧불이가 빛으로 보내는 모스부호 메시지인 셈이다.
반딧불이 애벌레 역시 빛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방아벌레상과에 속하는 여러 종은 애벌레일 때만 빛을 낸다. 이는 ‘나는 맛이 고약하니 먹지 말라’는 경고 신호다. 지난달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실린 논문에서는 방아벌레상과 애벌레의 생물발광은 약 1억 5000만년 전 나타났고 성체 생물발광은 약 1억년 전 진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애초 경고 신호가 반딧불이를 포함한 몇몇 종 성체의 짝짓기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생물발광은 거의 100번이나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박테리아에서 곤충, 빗해파리, 어류, 갑각류 등 다양한 계통에서 생물발광을 하는 종을 볼 수 있다. 생물발광을 하는 종의 80%가 바다에 살고 있는데, 심해 미확인 종들을 생각하면 90%가 넘을지도 모른다. 해양생태계에서 생물발광이 널리 퍼진 건 미미한 빛이라도 낼 수 있다면 생존에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지구 생물량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식물에서는 생물발광을 하는 종이 없거나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균류의 일종인 버섯 가운데는 생물발광을 하는 종류가 있다. 이들은 희미한 녹색 빛을 내는데, 포자를 퍼뜨리는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2020년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는 루시페린을 만드는 효소와 이를 산화시키는 효소 등 생물발광 관련 버섯 유전자 4개를 식물 (담배) 게놈에 넣어 스스로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참고로, 주말에 무주 반딧불축제에 가볼까 하는 독자들은 유의할 점이 있다. 반딧불이 서식지 탐방객 수가 제한돼 있어 인터넷으로 예약하지 않은 경우 자연이 아닌 따로 마련한 장소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데 만족해야 한다. 오늘날 지구는 지나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곤충이 줄고 있고 특히 반딧불이처럼 빛으로 소통하는 곤충은 빛 공해로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