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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살해 협박을 받은 페미니스트 게임비평가

등록 2022-10-13 18:24수정 2022-10-14 02:39

[나는 역사다] 어니타 사키지언(1983~)

2014년 10월14일 페미니스트 게임비평가인 어니타 사키지언은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이튿날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예정된 강연 때 쳐들어와 총기를 난사하겠다는 협박이었다. 그 자세한 배경과 맥락은 알지 못한다(남성인 나는 젠더논쟁에 이렇다 저렇다 말을 보탤 자격이 없다). 다만 “비디오게임에서 여성이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은 자주 듣던 이야기고, 평론가라면 할 법한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살해 협박을 받았다.

지저분한 시절이었다. 2014~2015년 미국에서 이른바 ‘게이머게이트 사태’가 일어났다. 게임을 즐기던 남성 유저들이 발끈해 여성 개발자 조이 퀸의 신상을 털고 조리돌림을 했다. 게임문화가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던 여성들이 괴롭힘을 당했다. 어니타 사키지언은 그 가운데 한명이었다. 게이머게이트를 “미국판 일베 운동”이라고 요약한 기사가 한국 인터넷언론 <ㅍㅍㅅㅅ>에 실렸는데, 이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미국 유타주에서는 학교 강의실에 총을 가지고 들어가도 법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었기에, 결국 강연은 취소됐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규제에 관한 논쟁이 다시 일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사키지언과 여성들에 대한 괴롭힘은 계속됐다. 사키지언을 구타하는 게임이 나오는가 하면, 사키지언과 여성 논객들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한 가짜 음란물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몇해 뒤 미국 게임산업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게임 속 여성 폭력과 차별을 비판해온 사키지언은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올랐다.

가해자들은 가해자들끼리 뭉쳤다. 게이머게이트를 일으킨 서브컬처 이용자 일부가 훗날 정치세력화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 인터넷 ‘대안우파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흐름에 맞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의 과제이기도 하다. 여성혐오를 내걸고 극우성향을 가진 사람을 묶어 정치세력화한다는 시나리오는 우리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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