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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석기의 과학풍경] 우주 최대 ‘천체 폭발’ 일어났다!

등록 2022-10-25 18:34수정 2022-10-26 02:36

전형적인 감마선폭발은 커다란 별이 수명을 다하고 수축해 블랙홀로 바뀔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별의 자전축으로 물질과 빛 대부분이 분출된다(왼쪽). 지난 9일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감마선폭발 이미지로, 가운데는 빛이 너무 강해 감도를 넘어선 상태다(오른쪽).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전형적인 감마선폭발은 커다란 별이 수명을 다하고 수축해 블랙홀로 바뀔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별의 자전축으로 물질과 빛 대부분이 분출된다(왼쪽). 지난 9일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감마선폭발 이미지로, 가운데는 빛이 너무 강해 감도를 넘어선 상태다(오른쪽).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를 만지작거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6일)에 이어 나가사키(9일)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최근 원자폭탄의 위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대폭발이 우주에서 일어났다. 지구에서 무려 19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별이 폭발하면서 나온 빛을 관측해 분석한 결과다.

감마선폭발로 불리는 이 현상은 1967년 처음 관측됐다. 당시 미-소 냉전 체제에서 미국은 소련이 핵실험금지조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감마선 측정 인공위성인 벨라(Vela)를 쏘아올렸다. 핵실험 때 나오는 방사선에 파장이 아주 짧아 에너지가 아주 큰 빛인 감마선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온 감마선이 관측됐고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수십년 연구 끝에 감마선폭발의 실체가 밝혀졌다. 태양보다 질량이 수십배 큰 별이 핵융합 반응을 마치고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해 수축하며 블랙홀로 바뀌는 과정 또는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합칠 때 일어나는 폭발에서 감마선이 다량 나온단다. 감마선폭발 에너지는 태양이 평생(100억년) 핵융합으로 내놓는 에너지보다도 크다.

지난 9일 관측된 감마선폭발은 쏟아지는 감마선이 워낙 강해 감마선을 측정하는 망원경의 센서가 포화할 정도였다. 노출과다로 하얗게 돼 찍힌 대상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필름을 연상하면 된다. 따라서 정확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감마선폭발 가운데 가장 큰 폭발로, 태양이 평생 내놓는 에너지의 1천~1만배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런 폭발은 우주 전체에서도 1천년에 한번 나올 규모라고 한다.

지금까지 매일 하나꼴로 수천건의 감마선폭발이 관측됐지만 모두 우리 은하 밖에서 일어났다. 가장 가까운 거리는 2017년 관측된 감마선폭발로 1억3천만광년이었다. 만일 이번 감마선폭발이 19억광년이 아니라 19만광년, 즉 우리 은하 바로 옆에서 일어났다면 지구로 쏟아지는 감마선의 세기가 1억배가 될 것이고(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10만광년의 크기 안에 약 4000억개 별을 담고 있는 우리 은하에서는 적어도 100만년에 한번은 감마선폭발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별이 폭발할 때 자전축 방향으로 분출되는 빛이 지구를 향하는 경우는 더 드물겠지만 그럼에도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여러차례 일어났을 것이다. 실제 4억4천만년 전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량절멸이 우리 은하에서 일어난 감마선폭발 때문이라는 가설을 담은 논문이 2004년 나오기도 했다.

수천년 전 우리 은하의 한 별이 생을 마감하며 폭발할 때 나온 감마선 다발이 바로 내일 지구에 쏟아질지도 모른다(빛의 속도로 오기에 미리 알 수 없다). 이처럼 확률은 희박하지만 언제라도 우주에서 일어나는 대폭발의 입김에 멸종할 수 있는 운명인 인류가, 스스로 만든 무기로 먼저 자멸의 길을 걸으려고 하니 참 딱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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