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은 어느새 차가운 바람으로 코끝까지 찌르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심장을 떠난 피가 혈관을 달리듯이 잎사귀 줄기마다 붉은빛이 흐른다. 조금 더 지나 빨간 잎 위로 하얀 서리 내리면 옛 당나라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단풍은 봄날의 꽃보다 예쁜, 절정을 맞는다. 그리고 어느새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온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돌고 돌았던 순리,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 않고 적응하며 받아들이는 것,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영속성의 비밀이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