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내가 대학 논술시험을 보는 날 고사장에 데려다주고 짬을 내어 이태원 참사 현장을 다시 찾았다. 골목길 주소는 이태원로 173-7이었는데, 목탁 두드리는 스님과 십자가도 예수와 성모 마리아상도 보였다. 참사가 신이 아닌 인간의 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신들에게 묻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신이시여 어디 계셨나이까?”라고 저절로 주절거렸다. 더 머무르는 것은 고통이었다. 몇몇 희생자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 사진을 뒤로 하고 서성거리다 겨우 고사장으로 돌아왔다. 시험을 마친 아이에게 이태원 이야기는 꺼내지 못한 채 손을 꼭 잡아주고 집으로 향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